[김홍배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씨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다”

헌법재판소는 14일 탄핵심판 13차 변론에서 국회 소추위원단이 이 같은 내용 등이 담긴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녹음파일이 대통령 대리인단의 동의를 받아 증거로 채택했다.

14일 국회 대리인단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고씨는 2015년 4월 “VIP(대통령)는 이 사람(최순실)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결정도, 글씨 하나도, 연설문 토시 하나. 옷도 무슨 옷을 입어야 하고”라고 언급됐다.

이어 "전혀 비서에 대해서 모르는 애들을 갖다 놓고, 헬스장 트레이너를 비서로 꽂아놨으니…"라며 "VIP가 신임해봤자야, 다 소장(최순실) 말 한 마디만 까내는 거야"라고 했다.

"국세청장을 하나 임명하라는데…"라며 최 씨로부터 국세청장 관련 언급을 들은 정황도 내비쳤다.

해당 녹취록은 고씨의 지인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녹음한 것을 풀어낸 것이다. 이 발언은 김 전 대표가 고씨,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대화를 나누다가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고씨는 최씨가 청와대 보좌진 구성에 관여한 취지로 “‘(나랑) 친하니까 니가(네가) 비서해’, 헬스장 트레이너를 비서에 꽂아놨으니 거기서 무슨 일을 보겠어”라고 한다. 윤전추 행정관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측은 “최씨가 대통령의 의상과 말씀자료 등 국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씨→최씨→박 대통령’ 구조를 이용해 사익을 챙기려고 도모한 정황도 있다.

최씨의 국정 농단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보일 때에는 "대통령은 뭐야, 소장을 지키기 위해서 이 정책수석을 책임지고 날아가는 걸로 끝낼 거야, 아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녹취록 내용 중엔 고씨 주변인물 3명이 "고영태와 최순실의 관계를 이용해 36억원 관급공사를 관철시켜 나눠먹겠다"고 하는 대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국회 측은 이런 부분은 대통령 탄핵심판 본질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이 지난해 1월 김 전 대표에게 “아주 VIP가 만족해 한다”고 말하는 대목도 있다. 최씨의 지시로 진행한 K스포츠 재단 사업 내용이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이라고 국회 측은 판단하고 있다. 또 박헌영 K스포츠 재단 과장이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최씨를 만나기로 하면서 태권도 시범단을 박 대통령에게 재가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를 준비하는 대화, 고씨가 최씨의 지시로 국세청장 후보를 물색하는 대화, K스포츠 재단과 더블루케이 조직개편 방안 논의 등이 담겼다.

해당 녹취록은 애초 박 대통령이 헌재에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녹취록과 함께 이들이 나눈 녹음파일을 분석하면 고씨 등의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녹취록을 검토한 국회 측은 오히려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음을 확인해 추가로 증거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은 "29개 녹취록을 검토한 결과 소추위원단에 유리한 증거라고 판단해 증거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녹취록과 녹음파일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한 박 대통령 측도 검토를 마친 뒤 증거로 제출할 부분을 추려 추가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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