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종료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가능성 제로”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 역시 돌발 하야에 대비한 법리 검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25일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면 탄핵심판의 선택지에는 각하나 기각 결정이 우선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하야와 관계없이 헌재가 파면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박 대통령이 사임한다 해도 민·형사상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하야하면 탄핵심판도 기각?

헌재법 제53조는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공직에서 파면됐을 때는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하야를 파면과 동일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다. 김하열 고려대 교수는 ‘탄핵심판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결정 선고 전 사임이 가능하며, 이때 심판청구는 기각 혹은 각하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도 “심판 대상이 사임하는 자체로 탄핵의 목적이 달성됐기 때문에 선고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 하야와 파면의 법적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헌재가 종국적 선고를 통해 인용(파면)이나 기각 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독일 기본법도 피소추인이 사퇴하더라도 탄핵 절차에는 영향이 없다는 규정이 있다. 파면 시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배제되고, 5년간 공직 취임이 제한된다.

법조계에서는 탄핵심판이 최종변론만 남겨둔 상황이라 헌재가 어떤 식으로든 탄핵 사유에 대한 판단을 결정문에 포함시킬 거란 관측도 나온다.

결국 탄핵심판대에 오른 대통령의 중도 사퇴라는 전례 없는 상황이 닥칠 경우 최종 처분 문제는 헌재의 손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헌재도 내부적으로 박 대통령 하야 상황에 대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24일 “가정적 상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부분이 없다”고 했다.

민·형사상 책임은 면탈 안돼

탄핵심판과 민·형사상 재판은 대상자와 심판 사유가 같더라도 그 목적과 효과 측면에서는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다. 헌재법 제54조는 ‘탄핵 결정은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자진 사퇴를 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박 대통령도 전직 신분으로 내려오는 순간 기소돼 형사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사 종료 시 박 대통령을 조건부 기소중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검찰이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배 행위로 손해를 입은 이들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헌재법에는 탄핵심판 등에 대한 재심 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학계에서는 탄핵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면 파면 결정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의 경우 재심 절차에 따른 정치적·사회적 파장, 결정의 중대성 등에 비춰 재심이 허용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탄핵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인 사면권 행사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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