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열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도 국민에게 약속했다가 번복했고, 특검 대면조사도 (특검 수사기간) 종료 때까지 차일피일 미루며 안 나오더니 헌재 출석도 끝내 거부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선에서 마지막까지 성실한 모습을 보여야 함에도 대통령이기 이전에 국민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린 파렴치한 행위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집권 4년동안 제왕적 태도와 불통을 이어오면서 마무리 또한 갈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대국민 선전포고'로 갈음했다.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마저 끝내 저버린 것아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말한대로 모든 것이 엮였다면  여론전을 펼칠 것이 아니라 헌재 심판정에 직접 나와 탄핵에 대해 직접 설명했어야 했다.

어쨌건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느냐 마느냐는 본인의 자유의사이므로 불출석을 탓할 바는 못 된다. 하지만 기자간담회며 인터뷰 등으로 장외에서는 그렇게 억지를 부리더니 막상 헌재에 직접 나와 무죄를 당당하게 주장하지도 못하는 모습에 실소가 나올 뿐이다.

이제 남은건 내일 최종변론에서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은 한 치의 양보 없는 '변론전쟁'이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적법절차를 위반했기 때문에 탄핵심판 자체가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회가 여러 사유를 일괄 표결해 개개 사유마다 표결해야 한다는 ‘탄핵소추 원리’를 위배한데다 대통령에게 충분한 방어기회도 주지 않았다는 논리다.

반면 국회 소추위원단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강제모금 의혹, 최순실씨 소유로 알려진 회사에 대한 각종 특혜·지원 의혹 등 박 대통령의 연루 정황이 상당 부분 구체적으로 밝혀진 만큼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헌재 밖에서의 대립은 이보다 훨씬 더 격렬해지고 있다. 지난주 말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탄핵 인용을 촉구하자 태극기를 든 반대 측에서는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라며 섬뜩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 20대 남성은 온라인 카페에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입건되기도 했다. 찬반 양측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광장의 힘이 사법적인 판단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제 헌재는 최종변론을 끝으로 심리를 마치고 평의와 평결을 거쳐 늦어도 새달 13일까지는 박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헌재 불출석 결정을 보면서 참으로 염치없고 비겁한 대통령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기우이기는 하지만 박 대통령은 최종변론이 끝난 뒤 뒤늦게 헌재에 나오겠다는 따위의 떼쓰기는 하지 말기 바란다. 그것은 버스 떠나고 손 흔들기일 뿐이다. 헌재도 “변론 종결 후 대통령이 기일을 열어달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이제 숨가쁘게 달려온 탄핵열차가 종착역에 다다를 시점이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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