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헌법재판소가 7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선고일을 지정하지 못하면서 법조계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

재판관들 간 견해 차이가 커 아직 결정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이미 정해놓고 발표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헌재 안팎에서는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오는 13일 이전에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가 선고 3일 전이 아닌 2일 전에 통보를 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8일 발표 가능성도 남아 있다.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의 경우 이틀 전에 선고 날짜를 통보했다.

하지만 헌재 내부를 보면 평소와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헌재는 탄핵심판이 시작된 이후 오전에 해오던 평의를 지난 6일부터 오후에 하기 시작했다. 7일에도 오후 3시부터 평의가 열렸다.

헌재는 "오후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며 평의 시간대가 바뀐 이유를 설명했다. 오전보다는 오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고일을 지정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날 평의는 정작 1시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오전에 평의를 할 때는 2시간 가까이 열린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헌재가 다룬 탄핵심판 유일한 선례인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 사건 당시에도 5월 14일 선고에 앞서 사흘 전인 11일에 선고기일을 밝혔다.

또 통상 헌재가 선고 2~3일 전에 선고기일을 당사자에게 알린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헌재는 이날 예상과 달리 선고기일과 관련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 평의를 오늘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한 시간 남짓 진행했다"면서도 "선고기일과 관련한 내용은 알려드릴 게 없다"고 밝혔다.

예상과 달리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자 일각에서는 탄핵심판 일정을 못박는 여론에 헌재가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탄핵심판 심리 도중 공정성 시비는 줄곧 제기돼 왔다.

특히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 1월 25일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TV토론에 나와 2월 7일 이후에는 증인신문이 종결되고 3월 9일 전에는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박 대통령의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면 이것은 심판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중대 결정을 해야 한다"고 초강수를 던지기도 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헌재가 탄핵심판 접수 이후부터 가장 신경 쓰며 심리를 진행한 부분이 공정성일 것"이라며 "언론 등 여론이 심판 절차와 관련해 특정 일자를 거론하는 게 헌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7일) 선고기일을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언론에서 선고일을 10일로 기정사실로 해서 예측한 것 아니냐"며 "이날 재판관 평의에서 선고기일과 관련한 실제 논의를 안 했을 수도 있지만, 선고일을 정하고도 발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홍역을 치른 헌재가 특정 일자를 미리 정해놓고 심리를 진행한다는 분위기를 내비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취지다.

한편 헌재의 한 관계자는 "선고 이틀 전에 알린 사례도 많고 하루 전에 통지하기도 한다"며 "선고기일을 반드시 며칠 전에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재판관 평의에서 결정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