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오히려 최규하 전 대통령이 남편에게 후임이 돼줄 것을 권유했다.”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24일 공개한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의 내용 일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24일 출간한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서 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단어가 된 '전 재산 29만 원'은 왜곡된 보도, 장영자 사건 때 이혼 결심, 12·12 쿠데타 전날 남편이 '다시 못 볼 수도 있다'고 발언한 일 등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털어 놓았다. 

이 여사는 오는 27일 발간되는 720쪽 분량의 자서전에서 현대사와 관련된 주요 사건에서 역사적 평가와 다른 자신의 관점을 담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 여사는 신군부 강압에 의한 최규하 전 대통령 퇴진에 대해 “최 전 대통령이 남편에게 후임이 돼줄 것을 권유했다”고 강압에 의한 통치를 부정했다.

이 여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쿠데타 전날인 11일 저녁 가족과 식사 자리에서 중대한 결심을 밝혔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무릎을 꿇고 앉은 네 아이에게 "수사 결과 강력한 용의자(정승화 육군참모총장)가 드러났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막강한 힘을 갖고 있어서 아버지가 전모를 밝히려 하다가는 자칫하면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버지는 너희를 다시는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설사 일이 잘못되고 그로 인해 너희가 불행해지는 일이 있다고 해도 오늘 밤 내가 한 이야기를 꼭 기억하고 용기를 갖고 살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머님을 잘 모시도록 해라"라며 일종의 유언을 남겼다.

이 여사는 아이들이 아버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장남인 재국 씨가 "아버지가 옳다고 생각하시는 일이면 소신 있게 해나가십시오. 저희는 아버지를 믿고 신뢰합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여사는 그날 밤 전 전 대통령이  "모든 일은 하늘에 맡깁시다. 사심 없이 하는 일이니 하늘의 보살핌이 있을 것이오"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또 이 여사는 전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이 29만 원 밖에 없다'라는 발언으로 오랫 동안 웃음거리가 된 것에 대해 지난 2003년 서울지법 서부지원의 재산명시 심리에서 전 전 대통령과 담당 판사가 은닉 재산 유무를 놓고 설전을 벌일 때 나온 발언이라고 적었다. 

당시 담당 판사가 "예금채권이 30여만 원 정도만 기재돼 있고, 보유 현금은 하나도 없다고 나와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전 전 대통령은 "사실대로 적은 것이다. 본인 명의는 없다"고 답했다.

이 발언이 "전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고 말한 것처럼 와전됐다. 당시 연희동 집은 물론, 기타 부동산과 서화류, 사용하던 골프채까지 망라해 재산명시서에 기록했다고 회고했다.

이날 공개된 일부 내용에는 이 여사가 청와대를 떠나려 했던 일화도 포함됐다. 이 여사는 1982년 ‘장영자 사건’ 때 혼자 청와대를 떠나 살려고 생각했고 2013년 수십년째 살던 집을 압류당할 때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심했으나 홀로 남을 남편 생각에 마음을 바꿨다고 술회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해서 이 여사는 희생자 영가천도기도를 올리면서 한 스님에게 “우리 때문에 희생된 분들은 아니지만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표현했다.

4월 하순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낸다. 회고록은 지난 10여년간의 일기와 개인기록, 대통령 재임 중 작성된 각종 기록물, 퇴임 후 5·18 특별법에 따른 검찰 수사기록과 재판기록 등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분량은 2000쪽에 달하며 △10·26사태 이후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을 담은 1권 '혼돈의 시대' △대통령 재임 중 국정수행 내용을 서술한 2권 '청와대 시절' △성장과정과 군인시절·대통령 퇴임 후 일들을 담은 3권 '황야에 서다' 총 3권으로 구성된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