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29일 오후 1시쯤 인천 연수구에 사는 A양(8·초등 2학년)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 16층 옥상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시신은 훼손된 상태였고 쓰레기 봉투에 버려져 있었다.

경찰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10대를 용의자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피해자를 유괴 후 살해한 뒤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옥상에 주검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B(16)양을 긴급체포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양은 지난 29일 오후 1시께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 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교 2학년생인 A(8)양에게 핸드폰을 빌려주겠다며 유인한 뒤 공원 인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양을 유인한 장소는 A양의 학교 바로 옆에 있는 공원으로 아파트로 둘러싸여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다. 또 직선거리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는 연수경찰서가 있다.

A양 부모는 놀러간 딸이 귀가하지 않자 오후 4시 24분께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여성청소년계 직원과 강력팀 형사들을 투입해 공원 인근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보해 용의자인 ㄱ양의 인상착의와 신원을 특정했다. 경찰은 B양이 사는 아파트 탐문 수사에서 그의 부모를 찾아낸 뒤 이날 오후 10시35분께 집 주변에서 B양을 긴급체포했다.

조사결과 B양은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와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10대 이웃 소녀는 훼손한 피해자의 시신을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옥상 내 물탱크 건물 위에 유기했다.

그러나 옥상 내 물탱크 건물은 벽에 계단과 사다리가 붙어 있지만 10대 소녀가 무거운 시신을 들고 오르기 힘든 높이여서 조력자인 공범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된 이 물탱크 건물은 바닥에서 지붕까지 높이가 4∼5m가량. 물탱크 건물 지붕 위에 시신을 놓으려면 바닥과 연결된 간이 계단을 따라 올라간 뒤 다시 벽에 붙은 사다리를 타야 한다. 건장한 남성도 20㎏이 넘는(초등학교 2학년 평균 몸무게 24㎏) 여자 초등학생의 시신을 들고 오르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17살 소녀가 초등생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5m 높이를 올랐다는 게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시신유기를 도운 공범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확인한 아파트 CCTV에는 전날 낮 12시 49분께 A양과 B양 둘만 엘리베이터에 타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A양은 2시간여 만인 당일 오후 3시께 아파트 1층 밖으로 나갔다가 곧바로 다시 집에 들어간 뒤 오후 4시 9분께 겉옷을 갈아입고 외출했다. 이후 다시 집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경찰은 이 사이 시간대에 흉기가 발견된 A양의 집에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공범이 있었다면 미리 A양의 집 안에 있다가 범행을 돕거나 함께 범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15층에 사는 A양이 16층을 지나 옥상까지 시신을 옮길 때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옥상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CCTV 영상은 없다"며 "정확한 범행 경위는 피의자를 상대로 조사해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양은 경찰 초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회피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횡설수설해 체포 후 제대로 조사를 하지 못했다"며 "유치장에서 잠을 좀 자게 한 뒤 오늘 오전부터 다시 범행 동기 등을 추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양은 고등학교에 다닐때 모범생으로 공부도 잘했으나 부적응을 이유로 자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7년전부터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부모는 변호사를 선임한 후 조사에 협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연수서 대강당에서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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