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방법 위반을 이유로 폐쇄된 중국 베이징의 롯데마트 지점
[이미영 기자]“영업중지 기간은 내일 아침에 끝납니다. 하지만 실제로 언제 문을 다시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

랴오닝(遼寧)성 둥강(東港)시의 롯데마트 직원은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점포는 중국 대륙 전역의 롯데마트 점포 99곳 가운데 소방규정 위반을 이유로 가장 먼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이었다. 매장 출입문에 붙은 공고문에는 영업정지 기간이 “3월 4일 오전 9시∼4월 1일 오전 9시”라고 명기돼 있다. 1일 오전 9시 이후에는 영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성 규제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2일 한국과 중국 롯데에 따르면 2월 말~3월 초 중국 당국의 소방점검을 받고 지난달 31일까지 1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절강성(浙江省) 롯데마트 가흥점은 31일까지 결국 영업 재개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1일로 영업정지 기한이 만료된 단둥시 만달점의 경우 오히려 1일 중국 당국으로부터 "27일까지 영업을 추가 정지하라"는 영업정지 연장 공문까지 받았다.

특히 만달점은 영업중단 이후 곧바로 개선 작업에 착수, 세 차례에 걸쳐 영업 재개를 위한 현장 점검을 받았으나 단둥시 소방 당국은 '방화문 교체' 등 다른 부문을 새로 지적하며 영업중단 기간을 2개월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90%에 이르는 중국 롯데마트가 2개월간 문을 닫을 경우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최소 2천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현재 중국 당국은 롯데마트의 영업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소방기관들이 롯데마트의 개선 계획에 대한 협의 자체에 나서지 않거나, 협의 후 개선사항에 대한 현장 점검을 하지 않거나, 현장 점검에서 다른 사항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장 4월 첫째 주에만 50여 개(1일 10개, 2일 5개, 3일 5개 등) 롯데마트 중국 점포의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끝나지만, 중국 당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대부분 최소 27일까지 '2개월 영업정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 롯데마트 점포 가운데 문을 닫은 곳은 강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75개점, 시위 등의 영향으로 자체 휴업을 선택한 12개점 등 모두 87개에 이른다. 이는 전체 99개 점의 무려 88%에 해당한다.

거의 90%에 이르는 점포가 영업정지 연장에 따라 두 달간 문을 닫을 경우, 전체 매출 손실은 최소 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롯데마트는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롯데 계열사에 대해 노골적으로 '보복성' 규제에 나서는 것과 관련, 롯데 안팎에서는 "중국 현지에서 '롯데가 한국 검찰 수사를 피하려고 정부에 사드부지를 제공했다'는 시각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 측도 "본격적으로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사드부지에 대한 정부 측의 요청이 있었다"며 해명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롯데 성주골프장 부지와 남양주 군용지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국회 비준절차를 가능한 밟지 않으려는 정부 측의 무리한 진행 방식이 롯데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로서는 6~7일 미국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정부에 미국이 어떤 협상안을 내놓을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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