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에서 진도체육관을 향하는 막차

▲ 사고해역 둘러본 실종자 가족들
약속이라도 한 듯 10여명의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창문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눈을 지긋이 감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엿새째인 21일 오후10시30분. 전남 진도 팽목항(진도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임시거처인 진도실내체육관으로 향하는 버스 안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 버스는 팽목항에서 진도체육관을 향하는 막차였고, 10여명의 실종자 가족들과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올라탔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 한 남성은 "이게 무슨 나라냐. 자원봉사자들의 인식은 선진국인데 정작 실종자 수색은 후진국이다"라며 "초기구조가 얼마나 중요한 데, 정부가 아이들을 죽였다"고 성토했다.

옆 좌석에 앉아있던 또다른 남성은 "(오늘) 사망자들이 많이 인양 돼 확인했는 데, 우리 딸은 나오지 않았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내 이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실내등을 끄고 출발하겠습니다"라는 버스기사의 말과 함께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 누구하나 말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실종자 가족들은 창문 밖을 바라보거나 심신이 지친 듯 지긋이 눈을 감았다. 또 간간이 휴대폰 문자를 확인할 뿐이었다.

팽목항에서 진도체육관까지의 도착 예정시간은 약30분. 아마 실종자 가족들에게 30분은 30시간, 3일의 시간만큼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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