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캡쳐
[김민호 기자]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모여 있는 서울구치소.

탄탄대로를 걸어오다 하루아침에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진 수퍼 범털들은 처음엔 억울함과 반발, 분노에 휩싸인 모습이다. 상당수는 정신적 충격으로 불면증과 노이로제, 우울증에 시달린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심리변화가 오면서 유형이 나뉜다고 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명상과 기도 등으로 마음을 달래는 부류와 여전히 극심한 번민에 휩싸여 건강을 해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 교정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위장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예상과는 달리 성실하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은 힘겹게 수감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위장병 악화?

지난달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 접견과 검찰 조사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독방에 머물며 책을 읽거나 TV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측근에 따르면 지병인 위장병으로 식사를 제대로 못해 몸이 눈에 띄게 야위는 등 구치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5차례에 걸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방문조사를 받으며 소화불량과 체력 저하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

박 측근은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생활할 때부터 위장병 때문에 식사를 천천히 하고 음식 조절을 해왔다”며 “구치소의 배식 시간과 식단에 갑자기 맞추려다 보니 음식을 거의 못 먹거나 체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박 전 대통령이 영양섭취를 제대로 못한 채 검찰 조사를 받다 보니 계속 기력이 달리는 상황”이라며 “조사받을 때 외에는 독방 안에 머물며 운동이나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45분간 운동 시간이 있지만,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독방 밖을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종교서적 많이 읽어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는 구치소 적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식사·운동도 잘하고 표정도 밝다고.

사정 당국 관계자는 "과거 수감됐던 일부 재벌 회장들은 얼굴에 짜증이 역력한 사람이 많았다"면서 "이 부회장은 표정만 봐도 '잘 적응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한 끼 1440원짜리 식사도 잘 챙겨 먹고, 운동 시간엔 산책하듯 걷거나 가끔 달리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방에 앉아 종교 서적이나 신문을 꼼꼼하게 읽으며 침구류 정리 정돈도 잘한다고 전했다.

지난 2월17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후 수차례에 걸쳐 목사와 스님이 저술한 책을 영치품으로 전달받았다. 3월에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저술한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참기쁨> <감사의 기적> <믿음의 기적> 등의 책을 받았다.

이 부회장이 발송인들에게 직접 책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 부회장이 수감생활을 하면서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는 후문이다.

 
조윤선, 남편과 접견 건강 서적 읽어

반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힘겹게 수감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주로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즘 읽는 책은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가 쓴 장편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전해졌다. 이 책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주인공이 극적으로 탈옥해 자신을 적대한 사람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리스타트 요가' '발레 뷰티풀'이란 책을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레 뷰티풀'은 영화 '블랙스완'의 주연 내털리 포트먼의 몸매를 만들었다는 전직 프로 발레리나가 쓴 건강 관련 서적이며, 요가 지도자 나디아가 펴낸 '리스타트 요가' 역시 좁은 공간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이자 남편인 박성엽 변호사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접견.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독방에서 '제자리걸음'

김기춘 전 실장은 초기에 건강 악화를 호소했지만 최근들어 가벼운 운동으로 일과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혈액 순환을 좋게 하려면 몸을 자주 움직여야 한다는 의료진 권유에 따라 독방에서 틈틈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앞선  '국정 범털'들과 달리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주변 재소자들에게 사건 관련 얘기를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등 주눅이 든 모습을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고 사정 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차관에게는 '구치소를 누비고 다닌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은 이 부회장에게 "500mL 페트병에 물을 담아 근력 운동을 하라"고 수감 생활 코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그의 상관이었던 김종덕 전 장관은 독방에서 두문불출하며 독서에 열중하는 등 조용히 지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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