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제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극도의 경제·안보 위기 속에도 이렇다 할 성장 담론이나 국가 미래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하면서 재원 대책도 불분명한 ‘묻지마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특히 각 정당 대선후보들이 복지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후보간 변별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후보마다 대상과 금액 등에서 차이는 있지만 저출산 해법으로는 아동수당 지급과 육아 부담 완화, 고령사회는 기초연금 인상과 치매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꼽힌다.

특히 후보들은 노인과 청년, 어린 자녀를 둔 부모 등을 겨냥한 각종 복지 수당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수당은 한 번 도입하면 폐지하기 어렵고 지속적으로 재원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국가재정 건전성과 관련해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들 복지정책은 그동안 국민들의 관심이 높고 시민단체 등에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해오던 공약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후보간 차별성을 찾기가 힘들다보니 '묻지마 공약'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제외하면 구체적인 재원 마련 수단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9일 문화일보가 자체 조사한 주요 5개 정당 대선후보들의 10대 공약과 각종 복지 수당 관련 공약 발표 내용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문재인(더불어민주당)·홍준표(자유한국당)·안철수(국민의당)·유승민(바른정당)·심상정(정의당) 등 5명의 후보가 쏟아낸 각종 복지 수당 공약 중 소요 비용 추계가 이뤄진 것만 합산해도 이미 연간 12조5800억 원, 5년 임기 총합 62조9000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들 대선후보들은 복지공약중 하나같이 '아동수당'을 주요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0~5세에 대해 월 10만원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아동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을 보육정책 첫 머리에 내걸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은 '초중고생' 아동이 있는 가정,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0~11세' 아동에 대해 아동수당을 1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에 담았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소득하위기준 80% 대상 만 0~11세 월 10만원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초중고생' 중 소득 하위 50% 이하에 15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앞서 나온 3명의 후보와 달리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육아휴직 활성화에 대한 공약들도 쏟아진다.

문 후보는 육아휴직급여를 현 40% 수준에서 3개월간 최대 200만원까지 80% 수준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육아휴직 초기 3개월간 임금을 100% 보장하는 내용을 공약에 담았다.

유 후보의 공약은 육아휴직 급여를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심 후보는 육아휴직 급여를 150만원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홍 후보는 육아휴직 급여의 한도를 2배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후보들은 유아휴직 기간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르지만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국공립보육시설 이용률도 후보들은 현 24.2% 수준에서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주를 이뤘다. 후보별로는 문 후보(40%), 철 후보(40%), 유 후보(70%), 심 후보(40%) 등이며, 홍 후보는 구체적인 목표 수준은 언급하지 않았다.

기초연금 인상에 대해서도 후보들은 폭과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문 후보는 현재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 월 약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내년부터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안 후보의 경우 소득하위 50% 이하 노인에 한해 30만원으로 인상, 차등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유 후보도 소득하위 50%에 대해 확대하는 방향이다.

심 후보는 대상을 소득하위 70%에서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고, 금액을 30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공약에 담았다. 홍 후보도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치매도 후보들의 공약에 대거 포함됐다.

문 후보의 경우 '치매국가책임제'를 내놓고, 본인부담상한제 도입과 경증 치매 환자에 대한 장기요양보험 혜택, 치매지원센터 증설, 국공립 치매요양시설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후보의 경우 치매 질환과 관련해 환자와 가족의 부담이 가장 큰 간병비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유 후보의 경우도 방문요양, 주야간 보호, 요양기관 이용 등을 위한 장기요양급여 지원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홍 후보는 치매 예방부터 치료까지 원-스톱 서비스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약에 내건 상태다.

다만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 대부분의 후보가 뾰족한 언급이 없다. 심 후보만 유일하게 사회복지세 신설, 법인세율 최고 25% 인상, 소득세율 누진 강화 등 세제를 손질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들이 공약에 반영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지만, 재원조달과 관련해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도 "현재까지 심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의 경우 지출개혁만 이야기할뿐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남은 기간동안 얼마나 꼼꼼하게 대안을 마련할지 모르겠지만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짧은 기간 동안 대선이 치러지다 보니 복지 공약 경쟁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후보들이 과거 선거에서 나왔던 공약들을 금액만 높여 다시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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