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아'..해상 안전관리 및 감독 기능 악화 초래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이 산하기관도 장악하는 이른바 '해피아(해수부+마피아)'가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등 유관 기관·단체에 재취업해 정부의 안전관리 및 감독 기능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산하기관의 감독 부실로 인해 초래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료들의 유관 기관 재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빨간불 켜진 '해피아'
해수부로부터 안전검사를 위임받은 한국선급은 한국해운조합과 함께 해수부 관료들의 대표적인 재취업 자리였다. 또 해수부 산하 및 유관기관 14곳 중 11개 기관장이 해수부 출신이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직 관료들이 유관기관 및 단체에 재취업하면서 대형사고와 부패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여객선의 안전관리 기관 및 관련 조직의 수장을 전직 관료 출신들이 독식하면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졌겠느냐는 비판도 이 때문이다.

다른 부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건설·교통·항공 등 유관기관들은 국토교통부 출신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정일영 이사장은 국토해양부(현 국토부) 교통정책실장 출신이며, 해외건설협회 최재덕 회장은 건설교통부(현 국토부) 차관, 한국감정원 서종대 원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차장을 지냈다.

이 밖에 2008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퇴직한 국토부 소속 4급 이상 공무원 314명 중 118명(31.7%)이 산하기관이나 유관단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퇴직공무원 재취업현황'서)

이들 가운데 퇴직 당일이나 일주일 이내 자리를 옮긴 사람도 63명이나 됐다. 재직 중에 미리 갈 곳을 정해뒀다는 얘기다.

무역·산업 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60여개 협회는 산업부 전직 공무원이 포진해 있었다.

무역협회 안현호 상근부회장은 지식경제부(현 산자부) 1차관, 대한상공회의소 이동근 상근 부회장은 지경부 무역투자실장 출신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서영주 부회장과 디스플레이산업협회 김경수 부회장 역시 산자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금융업계 협회도 기재부 출신과 금감원 출신이 싹쓸이 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상위권 금융회사 23개에서 '모피아',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 낙하산 인사를 분석한 결과 재무부 출신이 86명, 금감원 출신도 38명에 달했다.

김태원 의원은 "해피아, 국피아, 모피아, 산피아 등 관료들은 저마다 해당 분야에서 철밥통 지키기와 전관예우 관행을 통해 자신의 배를 채워왔다"고 지적하며, "세월호 참사는 선박 운항과 선사 운영, 안전 관리, 부처 감독, 구조 중 어느 한 단계에서만 제대로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끔찍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을 사기업이나 법무법인 등에서 공직 유관단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의원은 "공무원윤리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퇴직관료의 각종 협회와 조합에의 취업도 막는 방안 등 관료들의 전관예우 취업에 대해 총체적 점검과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관련법 개정에 힘을 실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