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2일 안 전 수석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재판을 열고 박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다.
박대표는 남편 김 원장과 함께 안 전 수석에게 현금과 무료 성형시술 등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자백한 상태다.
박대표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안 전 수석에게 뇌물을 건넨 경위, 당시 상황 등에 대한 증언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뇌물 '공여자'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박 대표가 의료기기업체 사업 해외진출에 도움을 받기 위해 안 전 수석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보고 구체적인 전달 경위를 추궁할 계획입니다.
안 전 수석은 최순실 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내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던 중 김 원장 부부로부터 4천9백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특검은 앞선 재판에서 안 전 수석의 통화 녹취록을 통해 두 사람이 식사 약속을 잡으면서 고가의 선물을 언급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안 전 수석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스카프나 가방, 성형시술 등을 일부 받은 것은 인정하나 대가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박대표가 준 금품의 대가성 여부를 놓고 특검과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박대표신문을 마치면 박대표의 친동생 박모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법원은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의 삼성 특혜 지원에 대한 재판 심리에도 박차를 가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날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13차 공판을 열고 지난해 11월 최씨의 딸 정유라씨(21)와 함께 독일로 전지 훈련을 갔다가 최씨와 다툰 후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알려진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감독과 김종찬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증인으로 부른다. 이들은 정씨 승마 훈련 지원에 대한 정황을 증언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삼성을 연결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전무는 박 전 전무와 오랜시간 함께 일했던 만큼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의 영향력을 인지한 시점과 삼성의 대가성 승마지원 등을 확인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은 김 전 전무가 사실상 정유라 지원 방안인 '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계획안을 주도했던 점을 강조하면서 삼성은 정유라만을 위한 지원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계획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승마지원의 핵심인물인 박원오 전 전무가 증인신문에 불출석하면서 이번 증인신문도 결정적 증거 없이 허무하게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2차례의 공판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제시한 혐의를 입증한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3회 강행군으로 공판기일이 진행되고 있지만 남는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빈껍데기 공판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검은 입증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도 함께 진행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체부 장관 등의 12차 공판을 열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 등을 증인으로 불러 속행 공판도 열다.
공판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부장 장모씨, 출판산업진흥본부장 민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