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기에 가급적 정치 이야기 안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럼에도 오늘은 이야기 좀 해야겠습니다. 이 글 읽다보면 어용지식인 한 사람 탄생했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그런 비난이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저도 문재인 정부탄생에 일말의 책임이 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 중 공개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고 그의 당선을 위해 미력이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이런 활동은 저로서는 지난 3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활동을 한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에서 정권교체가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과 박근혜에 의해 철저히 망가져 가는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게 너무나 비통했습니다.

이번마저 정권을 그들 손아귀에 바친다면 대한민국은 회생할 수 없는 상태까지 빠질 것이라 걱정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밤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촛불집회가 한참일 때 저는 런던에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혼자 밤을 새며 떨리는 맘으로 글을 썼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 글에 공감을 표시해 주었습니다. 정권교체가 우리 모두의 간절한 희망이었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갈망하던 정권교체를 이루어냈습니다. 반듯한 사람 문재인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 지난 며칠만 보아도 우리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부릅니다. 우리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매일같이 확인합니다. 기쁘지 않습니까? 저는 정말 기쁩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역사에 남는 성공적인 정권이 되길 앙망합니다. 그의 공약 중 많은 것들이 임기 중 빛을 보길 간절히 원합니다. 그가 임기를 종료하고 자리에서 내려올 때 많은 국민들이 아쉬워하고 그에게 큰 박수를 쳐주길 고대합니다. 이제 우리도 그런 대통령을 볼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되는 데 제가 무엇인가 해야 한다면 그것을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저를 누군가가 어용지식인이라고 말한다면 저는 그것을 훈장이라 생각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정치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무슨 자리를 탐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과 글로서 이 정부의 성공을 빌겠다는 것입니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문재인의 겸손함을 믿습니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합니다. 저는 지난 며칠간 그가 보여준 낮은 자세로의 행보에 감동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홍보용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문재인의 적나라하고도 자연스런 표현입니다. 저는 그가 앞으로도 임기 끝날 때까지 그런 자세를 유지하리라 믿습니다. 매일같이 청와대 하급직원들과 식사는 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의 마음은 그들에게 전달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문재인의 그 섬세한 소통능력과 그것을 위한 열정을 믿습니다. 그는 진정 국민들과 소통을 원합니다. 그는 총리, 국정원장과 비서실장을 지명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아마 이런 일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흔치 않는 일일 것입니다. 제가 알기엔 문재인은 원래 수줍은 사람입니다.

사람 앞에 서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소통을 하고자 하는 것은 이명박, 박근혜 두 정권의 실패 원인을 국민과의 소통부재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그는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대통령이 권력자로 군림하는 순간 정권은 최후를 맞이할 것을 잘 압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의 소통노력이 정권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공여부는 그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합니다. 그 노력을 인정하는 국민들의 지지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집권초기 정치지형은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의회는 여전히 여소야대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다수 야당을 상대하면서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믿을 것은 국민지지밖에 없습니다. 여소야대라고 해도 지지율이 지금처럼 70, 80%에 이르면 야당도 협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지지율이라면 호시탐탐 트집을 잡으려는 보수언론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만나는 우리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를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이제 그 정부를 성공시키는 일이 우리 앞에 놓여져 있습니다. 지지와 협력이 그 방법입니다. 우리는 말과 글로서 지지하고 협력할 겁니다. 이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지지와 협력을 무조건적으로 요구할 수 없습니다. 그 요구의 전제는 문재인 정부의 비상한 노력입니다. 겸손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지속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빈다고 해서 정권의 잘못까지 눈을 감을 순 없습니다. 인간 문재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만으로 이 정권이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가면 새 정권도 분명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입니다. 그 실수에 대해 우리는 신랄하게 비판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 정권이 정녕 성공하길 바란다면, 비판하되 저주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주는 불행을 비는 것이기에, 비판을 가장한 저주가 넘칠 때 정권은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결론은 이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우리들의 지지와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때론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판은 저주가 아닌 사랑의 매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지지와 협력 속에 두 번의 선거, 곧 내년 지방선거와 3년 후 총선에서 압승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5년 후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청와대를 떠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것을 고대하고 또 고대합니다.

[한양대 박찬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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