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영국 배우 로저 무어(89)가 23일 세상을 떠났다고 BBC가 보도했다. 무어의 가족들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아버지 로저 무어 경이 오늘 스위스에서 암 투병을 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깊은 슬픔을 감출 수 없다"며 그의 죽음을 알렸다. 향년 89세. 고인은 암 투병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가족은 SNS를 통해 부고를 전하며 “아버지는 평생 카메라 앞에서 열정적으로 연기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 왕립 페스티벌 홀 무대에서의 마지막 공연도 마찬가지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를 사랑해준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장례식은 모나코에서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로저 무어의 생전 소망에 따라서다.

영국 런던에서 경찰관의 아들로 태어난 로저 무어는 2차 대전 중 영국군 장교로 복무했다. 입대 전 런던의 왕립극예술아카데미에 다녔던 그는 제대 후 영화와 드라마의 단역 배우로 활동하다가 1960년대 영국 지상파 TV로 방송된 인기 탐정 드라마 '세인트'에서 주인공을 맡으면서 명성을 얻었다.

로저 무어는 숀 코너리, 조지 라젠비에 이어 3대 제임스 본드로 발탁돼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1973년 ‘죽느냐 사느냐’를 시작으로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 ‘유어 아이스 온리’, ‘옥토퍼시’, ‘뷰 투 어 킬’ 등 ‘007’ 시리즈 7편에 출연했다. 역대 최다 제임스 본드가 로저 무어였다. 지적이면서 매력적인 외모와 연기력은 신사이면서 바람둥이인 영국 비밀 요원 제임스 본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1983년 ‘007 옥토퍼시’ 촬영지인 인도에서 빈곤한 상황에 충격을 받아 제3세계 빈곤 문제 해결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과 2003년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했다. 2007년 10월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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