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내년부터 정부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에 소요되는 예산 2조원 전액을 국고에서 부담키로 했다.

지난해 말 올해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겨우 여야 간 합의를 이룬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갈등이 새 정부 들어 또 재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논란은 교육부가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부처 간 충분한 협의가 되지 않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 국고지원' 방침을 일방적으로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교육부는 25일 국정기획자문위 업무보고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지 않고 중앙정부가 100% 편성하겠다고 보고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 브리핑에서 “지난 정부 내내 누리과정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이견으로 예산편성에서 큰 문제가 됐고 학부모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봐 왔는데, 교육부가 업무보고에서 예산을 전액 국고 부담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통해 “어린이집 예산 전체를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전체 예산 2조원 중 올해의 경우 41.2%에 달하는 8,600억원가량만 중앙정부가 부담했었다.

누리과정 예산 논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기간 “국가에서 책임지겠다”고 공언해놓고, 집권 이후에 예산 일부를 지방재정교부금 명목으로 부담하라며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면서 불거졌다. 공약을 지키라는 야당의 요구에 정부ㆍ여당이 반대하면서 힘 겨루기가 벌어졌고, 제때 지원금이 집행되지 않아 애꿎은 학부모들만 피해를 입는 ‘보육대란’ 사태가 매년 반복됐다.

교육부는 아이 1인당 현행 22만원으로 책정돼 있는 누리과정 지원금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공립 유치원 원아 수용률도 현재 25%에서 40%로 확대된다. 이를 위해 사립유치원을 공공형으로 전환해 1,330개 학급을 확보하고, 국공립 유치원도 2,400여개 학급을 증설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저소득층 유아들은 국공립 유치원에 우선적으로 입학시키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박 대변인은 “누리과정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 교육 출발선의 평등을 기하고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저출산 문제 해결에 다소나마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예산실은 "전혀 부처 간 협의된 바 없다"라고 일축했다. 교육부가 관련 사전 협의 없이 업무보고에 일방적으로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발표에 기재부가 일단 제동을 건 모양새가 됐지만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 국고 지원은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만큼 부처 간 논의도 곧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실 관계자는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파악 중"이라며 "교육부와 협의를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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