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으로 향하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홍배 기자]국정농단 사범들에 대한 재판이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면서 심야 재판도 속출하고 있다. 재판 일정 자체도 빡빡한 데다 증인신문이 본격화하면서 검찰·특검 측과 변호인단 간 신경전까지 거세진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26일 재판은 시작 15시간 만인 27일 새벽 1시쯤 끝났다. 점심과 저녁, 휴정 시간 등을 제외하고도 10시간가량 마라톤 재판이 이어진 셈이다. 공정위 전 사무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 24일에도 이 부회장의 재판은 밤 10시 50분쯤 끝났다.

지난 24일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재판은 밤 10시를 넘겨 마무리됐다. 고령에 심장까지 좋지 않은 김 전 실장은 이날 재판에선 피고인석 의자에 거의 눕다시피 한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이렇듯 마라톤 재판이 이어지면서 재판부나 피고인, 변호인단 모두 체력전을 벌이는 상황인 가운데 김 전 실장은 지난 26일 자신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에 "구속 상태를 풀어 달라"며 보석을 신청했다.

김 전 실장은 3개월 넘게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건강이 좋지 않음을 호소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해서 "심장에 스텐트(심혈관 확장 장치) 7개가 박혀있는 등 건강이 매우 안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김 전 실장이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재판부에 보석을 허가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향후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검토한 뒤 김 전 실장 보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중 보석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 때문에 김 전 실장의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법원은 최순실(61)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추가기소된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국회에서 거짓 증언한 혐의로 추가기소된 송성각(59)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이 낸 보석 신청을 기각하고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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