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지만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재수사 1호 대상'으로 몰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 전 수석은 사법연수원 19기다.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 평검사,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중간 간부를 지낸 19기 검사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 전후에 '검찰의 별'인 검사장이 됐다. 10명의 검사장을 배출한 19기는 우 전 수석과의 관계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우 전 수석은 2008년 3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2부장이 됐다. 검찰 내부에선 서울중앙지검의 부장을 하느냐 못하느냐, 한다면 어떤 자리를 맡느냐가 중간 성적표의 역할을 해왔다고 28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매체는 당시 기업 비리와 주가조작 사건 등을 담당하는 인기 부서 부장이 된 우 전 수석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야망'을 드러냈다고 한다고 전했다.

'40대 검찰총장'이 되어보겠다는 것. 당시 41세 우 전 수석 입장에선 향후 인사 때마다 동기들보다 앞선다면 '40대 총장'은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당시 우 전 수석의 한 선배 검사는 "우 부장은 똑똑하지만 명예욕과 경쟁심이 강해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동기나 선배가 많았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이 넘어야 할 동기 중엔 쟁쟁한 검사가 많았다. 그중 한 명이 봉욱 검사였다. 우 전 수석의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이며 4학년 때 함께 사법시험에 합격한 봉 검사는 평검사 시절부터 법무부 검찰과와 대검 연구관 등 요직을 맡은 19기 선두주자였다. 그리고 우 전 수석이 금융조사 2부장이 되던 인사에서 선임 부서인 금융조사1부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의 성적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인사로 보였으나, 우 전 수석은 선배도 아닌 동기가 금융조사 1부장이 되자 주변에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봉 검사는 이후 대검 공안기획관, 법무부 인권국장 등 중요 자리를 거쳐 2013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봉 검사는 겸손하고 일 처리가 깔끔해 위아래 모두 호감을 갖는 검사"라고 했다.

하지만 봉 검사는 2015년 초 3대 요직에 꼽히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고배를 마셨고, 그해 12월 고검장 승진에서도 탈락했다. 동기 3명은 고검장에 올랐으나 봉 검사는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수평 이동했다. 당시 검찰 인사에 관여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우 전 수석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과의 관계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 인사였다"면서 "우 전 수석이 아직도 건재했다면 봉 검사는 지금쯤 변호사가 됐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봉 검사는 이번 새 정부 인사에서 고검장급인 대검 차장으로 임명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파격 발탁으로 검찰이 술렁이자, 조직 안정 차원에서 봉 검사를 승진시켰다는 해석이 나왔다.

우 전 수석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동기 중에는 조은석 사법연수원 부원장도 있다. 고려대 84학번으로 호남 출신인 조 부원장은 대선 자금 사건 등 특별 수사 경험이 많았다. 우 전 수석이 '특수통'으로 알려져 있지만. 검찰 내부에선 19기의 특수통 검사를 고르라고 하면 우 전 수석보다 조 부원장을 꼽는 이가 적지 않았다. 금융조사2부장을 마친 우 전 수석은 대검 대변인이 되길 희망했으나, 한 단계 급이 낮은 중수1과장으로 전보됐다. 그리고 대검 대변인 자리엔 조 부원장이 임명됐다.

조 부원장은 이후 순천지청장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거쳐 2013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우 전 수석은 법무연수원에서 조 부원장과 함께 있다가 검사장이 되지 못한 채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됐고 이듬해 1월 민정수석이 됐다. '40대 총장' 꿈은 접었으나 더 강력한 '40대 수석'이 된 것이다.

조 부원장의 인사가 꼬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대검 형사부장으로 세월호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청와대와 마찰을 빚었던 조 부원장은 2015년 2월 이미 동기가 검사장을 거치고 간 청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작년엔 한직(閑職)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발령났다. 우 전 수석과 조 부원장 관계를 아는 검사들 사이에선 "잔인한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19기 '공안통'으로 알려진 공상훈 서울서부지검장도 우 전 수석과 매끄럽지 않은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공 지검장은 우 전 수석과 같은 TK 출신으로 대학 6년 선배이지만 둘 다 직설적인 성격으로 서울동부지검 부부장으로 근무할 때에도 서로 잘 맞지 않았다"고 했다. 공 지검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동기 중 가장 먼저 검사장에 올랐으나 현 정부에선 작은 검찰청을 전전하다 고검장 승진에 고배를 마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우병우 사단이라고 불리는 우 전 수석이 챙겼던 후배나 동기가 있는 반면, 악연으로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한 동기나 선배들도 적지 않았다"면서 "인생 새옹지마(塞翁之馬)라더니, 얼마 되지 않아 정부도 바뀌고 관계도 역전됐다"고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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