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홍배 기자]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삼성그룹 합병을 돕는 것이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는 취지의 박근혜 전 대통령 발언을 겨냥해 "피고 박근혜씨의 정신 나간 주장"이라며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주 전 대표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개입을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과 불과 3m 가량 떨어진 증인석에 앉은 주 전 사장을 이따금 쳐다보기도 했다.

검찰은 먼저 주 전 사장이 특검 조사 때 박 전 대통령 발언을 가리켜 “한마디로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올해 1월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이 헤지펀드 공격을 받아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적·경제적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민도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며 뇌물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당시 "20여 개 우리나라 증권사 중 한두 군데를 빼고 다 (합병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저도 국민연금이 바로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국민연금도 챙기고 있었다"고도 말했다.

또 "그것은 어떤 결정이든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고 부연했다.

이날 주 전 사장은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국제 자본의 국내 시장 불신만 초래하고 향후 국제 소송 빌미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 전 사장은 "국제소송 빌미"를 묻는 검찰 질문에, "ISD라고 투자자-국가 소송이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그 생각에 의해 법의 범위를 벗어나는 개입을 했다는 듯한 표현을 봐서 굉장히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반발해 “평소에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을 들으면 한마디로 정신 나간 주장이라는 표현을 쓰냐”고 물었고 주 전 사장은 “자주 안 쓴다”고 답변했다.

이 변호사는 주 전 사장에게 “삼성 합병에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반대 의견이 있는 것을 모르느냐, 독단 아니냐”고 쏘아붙이기도 했으나 주 전 사장은 “반대 의견이 있으면 다 독단이냐”며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또 주 전 사장이 특검 조사 때 ‘박 전 대통령 등 청와대가 삼성 합병을 도와준 대신 얻는 반대급부가 무엇이라고 생각했느냐’는 검사 질문에 “삼성이 정유라에게 한 거액의 승마지원, 재단이나 단체에 낸 돈이 아닐까요”라고 답변한 내용도 공개했다.

유 변호사가 이같이 생각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자 주 전 사장은 “피고 박근혜씨와 가까운 최서원씨에게 그러한 거액의 돈을 삼성이 지급했다는 것은 제가 삼성그룹에 있던 사람으로서 유례없고 독특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 전 사장은 “무언가 거래가 있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반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밝혔다. 주 전 사장은 "반대 결정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봤다"며 "SK합병처럼 삼성물산 합병도 전문위원회에 부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병 안건은 전문위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으로 결론이 내려져 주 전 사장은 당시 친분이 있던 전문위 위원 박모 교수에게 이를 문의했다면서 주 전 사장은 "박 교수도 이해가 안돼 알아보니까 청와대 뜻이라고 한다고 했다"며 "청와대 뜻이라고 해서 굉장히 놀랐고 상상도 못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박근혜 정부나 청와대 인사들이 이 일로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생각이 잘 안나 이상한 일이라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특검 조사에서 "언론을 보고 이해가 됐는데, 삼성이 최씨와 정유라씨에게 한 거액의 승마지원, 각종 재단이나 단체에 대한 지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 전 사장은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경영권 승계 목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검 조사에서 "삼성물산 합병은 합병시너지를 얻기 위한 합병이 아니라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을 갖기 위한 이재용 부회장의 욕심 때문으로 시너지를 운운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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