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진료'를 묵인한 혐의로 기소된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법원의 강제구인 절차를 거부해 끝내 신문이 불발됐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경호관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할 뜻을 거듭 밝혔다. 이에 법원은 전날 강제 구인을 결정해 구인영장을 발부했지만 끝내 출석을 거부했다. 이유는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선일 부장판사)는 31일 이 전 경호관의 속행공판을 열고 이날 강제구인 절차를 통한 출석을 거부한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했던 결정을 철회했다.

재판부는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구인)영장을 발부했는데도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 기일을 또 지정해도 출석이 보장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증인 불출석 사유서에서 서면조사에는 응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는데, 특검에서 서면으로 조사를 시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특검은 "영장에 기인해 박 전 대통령을 구인하려 했고 검사가 1시간 정도 장시간에 걸쳐 정당한 법 집행에 응해달라고 설득했다"며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태를 이유로 강하게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직 대통령이고 건강 이유를 말해 물리적인 강제까지 동원해 영장집행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재판 시작) 30분 전에 검사가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특검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 전 대통령에게 먼저 서면 조사서를 보내고, 박 전 대통령이 답변서를 보내면 이를 증거로 제출할 전망이다.

형사소송법 상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강제 구인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에도 이 전 경호관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 신고서를 내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첫 공판을 앞두고 재판 준비와 건강상 문제 등의 이유로 법정에 나갈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면조사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특검팀은 "문답을 통해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서면 조사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31일에 다시 소환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자신의 첫 재판을 시작한 이후 네차례 진행된 재판에서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는 첫 재판에서 직업, 주소 등을 확인하는 재판부 질문에 "무직입니다"라고 말했고, 혐의를 전부 부인하냐는 물음에 "변호인 입장과 같다"고 짧게 답했다.

또 두 번째 공판이 열린 25일에도 "나중에...", "자세한 건 추후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말을 아꼈고, 29일 재판에서도 증인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자 담담한 표정으로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이 전 경호관 재판에서 당시 청와대 안에서 실제 있었던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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