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청와대가 최근 국방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관련 보고 누락 사태가 “의도적”이라고 결론 내리면서 파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달 31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조사하는 등 신속하고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선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선 1일 국회 ‘사드 청문회’ 추진 요구까지 터져나왔다.

이번 사태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국방부가 사드 4기를 추가 배치한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보고에서 삭제한 것이다. 심지어는 진상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 대통령도 결국 추가 배치에 대해 문제를 삼은 것이 아니라 보고과정에서 중요한 ‘팩트’가 삭제된 내용을 문제 삼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이 중차대한 문제라고 했음에도 주무 부처의 장관이 거짓말을 한 사실도 밝혀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관심은 정 실장 임명 전까지 청와대 안보실장을 맡았던 김관진 전 안보실장에게 쏠리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이명박 정권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권 국방 안보 분야에서 최고 실세였다. 2010년 이명박 정권에서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고, 박근혜 정부로 넘어오면서 장관 중에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장관에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영전하면서 무기사업은 물론이고, 군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유독 록히드마틴에 많은 특혜를 줬다. 록히드마틴이 박근혜 정권 때 한국에 팔아먹은 무기만해도 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F-X사업을 비롯해 사드까지 박근혜 정부의 주요 무기 계약 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사는 김 전 실장이다. 그가 장관으로 있을 때 F-X사업이 뒤집혔으며,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를 꾸준히 추진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무기사업과 관련한 의혹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드 보고 누락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결국 박근혜 정권 방산비리를 들추어보는 것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김 전 실장이 중간에서 역할을 한 것이지 비리의 종착역인지는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이 중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란 주장은 이미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SBS 러브FM ‘정봉주의 정치쇼’에 출연한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내가 (정)‘유연아! 박원오 원장님이 너네 아버지랑 형님 동생 한다는데?’ 그러자 유라가 ‘웃기지 말아요. 생물학적인 우리 아빠는요 김관진 아저씨하고만 형님동생이에요’라고 말해서 저는 ‘김관진? 국방부장관?’ 이렇게만 생각하고 그 다음부터는 질문 안 던졌다”며 정유라와의 일화를 밝혔다.

정유라의 생물학적 부친은 정윤회다. 이어 정봉주 전 의원은 “그럼요. 김관진 장관하고 형 아우 한다. 김관진 장관이 맞다고 한다면 이게 방위산업비리에 접근할 수 있는 손을 잡는거죠”라고 말했다. 이 모든 의혹들을 종합해보면 김관진 전 실장은 사적으로는 정윤회-최순실, 공적으로는 우병우 전 수석과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이런 인연들이 바탕이 되어서 무기사업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도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보고누락사태로 "박근혜 정부에서의 무기비리게이트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 먼 얘기가 아닌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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