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강
[김민호 기자]“향후 장·차관 인사에서도 두 보수정권에서 인사보복을 당한 인물을 구제할 가능성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참 나쁜 사람'으로 찍혀 강제 퇴직 당했던 노태강(57)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제2차관으로 전격 발탁되며 여권 고위관계자의 이 같은 말처럼 권토중래했다.

지난달 19일 대구지검 평검사였던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에 '깜짝' 발탁된 데 이어, 지난 정권 핍박받았던 인사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살아 있는 권력’, 그것도 그들의 ‘심장부’를 정면 겨냥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졌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문재인정부 인사의 핵심이 ‘이명박근혜’ 두 보수정권에서 ‘팽’ 당했던 소위 ‘외인구단’의 화려한 귀환으로 불리는 이유다.

실제 윤 지검장은 ‘강공’ ‘반골’ 이미지가 세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가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윤 지검장은 2013년 권력심장부를 정조준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수사로 좌천된 인물이다.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국정원 압수수색을 반대했고 체포한 국정원 직원을 석방하라고 강요했다’고 폭로한 대가다. 정직 1개월과 감봉 1개월 징계와 함께 이듬해 한직인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을 떠돌았다. 당시 수사팀 팀장이었던 윤 지검장 밑에서 호흡을 맞췄던 부팀장이 박형철 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다.

 
노 신임 차관의 스타일도 비슷하다. 박근혜 정부 임기 초반인 지난 2013년 4월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전국승마대회에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딸 정유라가 우승을 놓치자 편파 판정 의혹을 제기했다. 

상주경찰서는 이례적으로 승마대회 심판진 전원을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고, 동시에 문체부는 대통령비서실의 지시를 받아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이었던 노 차관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은 감사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정유라 편파판정 내용을 빼고 승마계 파벌 싸움이 담긴 감사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에 진노한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유진룡 문체부 장관에게 "참 나쁜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사실상 문책을 강요했다. 노 차관은 같은 해 10월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좌천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해 초 국립중앙박물관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라며 집요한 사퇴 압력을 가했고, 결국 노 차관은 같은 해 5월 공직에서 아예 물러났다.

노 차관은 지난해 말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대통령의 사퇴 압박은 공무원으로서 견디기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구속기소된 박 전 대통령은 뇌물 수수 혐의 말고도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받고 있는데, 노 차관에 대한 사퇴 압박도 포함됐다. 승마협회 보고서를 작성한 진재수 전 과장도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좌천됐다가 결국 옷을 벗었다. 

일각에선 두 사람의 화려한 부활을 두고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적폐’로 몰려 ‘개혁 1순위’에 오른 검찰과 문체부의 핵심요직에 전 정권과 대척점에 섰던 두 사람을 잇달아 앉혔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향후 장·차관 인사에서도 두 보수정권에서 인사보복을 당한 인물을 구제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인사의 첫 번째 원칙이 ‘능력’이라는 점에 변함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윤 지검장의 발탁은 검찰의 주요현안 사건수사와 공소 유지, 검찰 개혁과제 이행에 한층 매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노 차관도 주독일 한국문화원장을 지내는 등 해외에서 한국을 홍보하는 일에 탁월했고 문화부 국제경기과 사무관·국제체육과장 등을 거쳐 평창올림픽을 치르는 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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