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김 전 실장이 '정윤회 씨와 처(최순실)가 잘 있느냐'고 물었다"

2014년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의 승마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씨가 한목소리로 “적극 해명하고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김 전 실장이 퇴임을 앞두고 이같이 안부를 물었다고 밝혔다.

이는 최 씨를 몰랐다던 김 전 실장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14일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51) 전 문체부 장관 등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차관은 정씨에 대한 ‘공주 승마’ 의혹이 불거졌을 때 상황을 설명했다. 2014년 4월 안민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정씨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관계 때문에 국가대표로 부정 선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최씨가 전화와 “말도 안되는 소리가 나오니까 해명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김 전 실장도 “국회의 의혹 제기에 대해 적극 대응하라”고 했고, 이 지시에 따라 “대통령은 정유라와 무관하다”는 내용으로 공식발표를 했다는 게 김 전 차관 증언이다. 김 전 차관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그런 말씀을 두 분한테서 들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 증언을 종합하면, 김 전 실장과 최씨가 ‘한입’이 된 것은 이때만이 아니었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으로 변경해야겠다”는 말을 최씨와 김 전 실장으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아시안게임 전 한화그룹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 사임 의사를 밝혔을 때도 최씨와 김 전 실장이 각기 “아시안게임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한화가 그만두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비슷한 내용을 자신에게 말했다는 것이 김 전 차관 증언이다.

김 전 차관은 당시 김 전 실장 지시로 삼성 쪽과 접촉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김 전 실장이 “삼성에서 승마협회를 맡기로 했다. 삼성에서 연락이 올테니 만나보라”고 지시해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김 전 실장이 “삼성그룹에서 회장사를 맡아서 다행이다. 승마협회 업무에 신경 써라”고 당부했다고도 말했다.

김 전 차관은 김 전 실장이 직접 최씨 가족의 안부를 챙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실장이 퇴임을 앞둔 2015년 초 “정윤회씨와 처가 잘 있느냐”고 물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관은 “체육개혁에서 승마 건 관련 정유라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나 기억한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이에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고 했다.

최씨 역시 김 전 실장을 언급했다고 김 전 차관은 증언했다. 그는 차관 취임 뒤인 2014년 초 최씨가 “체육계 비리 많다.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앞으로도 힘든 일 있으면 김 전 실장과 상의하면 된다”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김 전 차관은 김 전 실장이 최씨를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김 전 실장은 직접 발언권을 얻고 최씨와 접촉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실장은 “저는 최씨 부부와 통화든 면담이든 한번도 한 일이 없다. 정유라도 이번 사건으로 언론에 보도되자 이름을 알았을 뿐”이라며 “차관을 불러서 알지도 못하는 정윤회 부인 잘 있느냐고 안부를 물은 일이 없는데, 착각 아닌가”라고 했다.

삼성 접촉을 지시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당시 삼성이 주관하는 대구 창조경제센터 다녀오신 뒤 청와대 내에서 ‘삼성이 승마(회장사)가 된다’는 정보를 (듣고) 알아서, 체육 담당 차관이 알고 있는 게 참고가 되겠다 싶어 귀띔해준 것일 뿐, 삼성 관계자를 만나보라고 한 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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