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감찰이 늘 그렇듯 참 비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영화 '더킹' 속 여검사의 실제 주인공으로 꼽힌 임은정(43) 의정부지검 검사가 ‘돈봉투 만찬’으로 옷을 벗은 이영렬(59) 전 서울지검장이 검찰 내부전산망에 남긴 고별사에 이같은 댓글을 달았다고 20일 국민일보가 전했다.

이 전 지검장은 19일 검찰 내부전산망 이프로스에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무엇보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검찰가족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돈봉투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특수본 수사의 시작은 살아있는 권력이 대상이어서 칼날 위를 걷는 사투와 다름없었다”며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로지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한다는 사명감으로 하루하루를 임했다”고 적었다.

이어 “특수본 수사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승용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 등 중요 현안이 닥칠 때마다 수사의 모범을 세우겠다는 각오로 쏟은 노력과 헌신, 소중한 수사 성과는 훗날 평가를 받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전 지검장은 30년 검찰생활의 소회를 글로 밝히면서 자신이 지휘한 최순실 국정농단 특수본 수사와 가습기 살규균제 사망사건 등에 대해 모범적인 수사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당시 두 사건 수사는 엄청난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임 검사는 “훗날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이 전 지검장의 글에 “감찰이 늘 그렇듯 참 비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이 폭풍도 지나갈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댓글을 달았다. ‘돈봉투 만찬’ 감찰 결과에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 

임 검사는 2012년 재심사건을 맡아 상부의 백지구형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를 구형했다가 대검의 감찰조사를 받았다. 당시 대검 감찰본부는 임 검사에 대해 법무부에 정직 처분을 권고했고, 법무부는 정직 4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임 검사는 대법까지 가는 징계취소 소송을 벌여 승리했다.

이 전 지검장도 국정농단 수사 종료 나흘 뒤인 지난 4월 21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돈봉투 만찬’을 벌였다가 감찰을 받고 지난 16일 면직이 확정됐다. 이 전 지검장은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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