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삼성전자가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등극했다. 반도체 부문의 약진 덕분이지만 경쟁자를 압도하는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춘 상태에서 최근 시장의 호황은 곧 삼성전자의 이익 증가로 직결됐다.

삼성전자의 '저력'을 실감한 시장은 3분기에 또다시 역대 최고 분기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보다 1조원 더 늘어난 1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과연 세계 1위에 오른 삼성전자의 '미친 존재감'은 어디에서 시작됐나

9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1969년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컬러TV와 냉장고 등을 만드는 전자회사로 시작한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수익을 많이 내는 제조업체가 되기까지는 48년이 걸렸다"고 감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반도체 시황이 불규칙적으로 변하고 있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생산을 늘리면 이같은 시장호황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미래 투자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의 굴욕

삼성전자는 1969년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세운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로 출발했다. 초기 생산품은 컬러TV와 계산기,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이었다.

출범은 순탄치 않았다. 이미 이 시장에 진출해 있던 금성사 등이 반대했고, 결국 생산 제품 전량을 해외에 수출한다는 조건 아래 설립을 허가받았다. 후발주자의 굴욕이었던 셈이다.

이듬해 자회사이자 백색가전과 AV(오디오비디오) 기기를 만드는 삼성-NEC가 세워졌고, 1974년에는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인 1983년 2월 이병철 회장은 D램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도쿄 선언'을 했다. 8년여간의 치밀한 분석과 심사숙고 끝에 반도체를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것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은 자원이 거의 없는 한국의 자원조건에 적합하면서 부가가치가 높고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이 제2의 도약을 기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주변의 반응은 냉랭했다. 당장 임원진부터 반대했다. 반도체는 첨단기술의 집약체이자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선진국형'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확률적으로 이기기가 거의 불가능한 도박", "반도체 사업은 3년 안에 실패할 것"처럼 비난에 가까운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의 이 무모한 결단이 오늘날 글로벌 수익 1위 기업 삼성전자를 빚어내는 씨앗이 됐다.

삼성전자는 동경 선언이 있던 그해 12월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1984년 , 삼성전자로 사명 고쳐

이듬해인 1984년 지금의 이름인 삼성전자로 사명을 고쳤다.

이처럼 D램 시장에 뛰어든 지 9년 만인 1992년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면서 D램 시장 세계 1위에 올랐다.

돌이켜 보면 글로벌 1위 반도체 업체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대장정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후 단 한 번도 D램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정확히 10년 뒤인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세계 1위에 오르면서 양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인 D램과 낸드 시장을 모두 제패했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3D(3차원) V-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독보적 1위 지위를 구축하는 데 밑거름이 된 기술이다.

승승장구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반도체 진출 초기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며 어려움을 겪었고, 2011년에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10개 회사가 D램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1천450여억 유로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또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고부가가치 제품인 시스템 반도체는 못 만들고 상대적으로 저가인 메모리 반도체만 만든다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모바일 AP(엑시노스), 이미지센서,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터치 패널 컨트롤러, 전력관리칩, 스마트카드 IC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D램 시장에서 다투고 있는 SK하이닉스와의 경쟁도 자극제가 됐다. 1949년 국도건설로 시작한 SK하이닉스는 1983년 현대전자산업으로 상호를 바꿨고, 1999년에는 LG반도체를 흡수합병했다.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로 다시 이름을 바꾼 뒤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됐다. 2012년 SK텔레콤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지금의 SK하이닉스로 사명이 변경됐다.

그러는 사이 삼성전자의 사세도 부쩍부쩍 확장했다.

2004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고 이듬해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전자업계의 거인이었던 소니를 추월했다.

브라운관 TV 시절 TV 시장의 황제였던 소니를 끌어내리고 TV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선 것은 2006년이었다.

2012년에는 매출 200조원을 넘기면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영업이익을 추월했고, 2013년에는 갤럭시S4가 흥행 돌풍 일으키며 연간 영업이익 30조원을 넘겼다.

2017년 2분기 마침내 8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영업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인 애플을 분기 실적에서 누르며 '수익 넘버1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 세계 부호 45위로 '껑충'

한편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치솟는 사이 이건희 회장의 재산 가치도 20조 원을 넘어서며 전 세계 부자 순위에서 50위 안으로 진입했다.

9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 세계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이 회장의 재산 가치는 185억 달러(약 21조3천600억 원)에 달해 45위로 뛰어올랐다.

전 세계 최고 부자로는 빌 게이츠가 894억 달러로 왕좌를 지켰다. 뒤를 이어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839억 달러), 패션 브랜드 자라를 키운 스페인 기업인 아만시오 오르테가(802억 달러), 투자가 워런 버핏(769억 달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647억 달러) 순으로 2∼5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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