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삼성 모르게 말 교환(속칭 ‘말 세탁’)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뒤집고 전격 출석한 데 이어 이 같은 폭탄 발언까지 쏟아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심리분석 전문가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는 13일 시사플러스와 통화에서 "정유라는 지겹고 지루한 것 못 참는 성격"이라며"정유라가 폭탄발언 할 가능성 크다. 카메라 세례를 받게 될 경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폭탄 발언을 할 가능성 있다"며 정유라를 '럭비공'에 비유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변호인의 만류에도 정씨가 전격적으로 법정에 출석한 배경이 자신을 둘러싼 검찰의 신병처리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검찰 수사를 받는 정씨가 검찰의 3차 구속영장청구 등 자신을 둘러싼 신병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최대한 검찰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 상황을 유리하게 끌어가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씨는 전날 열린 이 부회장 등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어머니한테 '삼성 측이 말을 바꾸라고 한다'고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삼성이 모를 리 없다"라는 내용 등을 증언했다.

또 어머니 최씨가 삼성 소유 말을 '네 것처럼 타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내용 등의 발언도 이어갔다.

이런 증언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측은 물론 어머니 최씨 입장과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정씨의 이날 증언이 향후 이 부회장과 최씨의 재판에 돌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내다보고 있다.

최씨의 진술을 끌어낼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최씨가 재판에서 관련 내용 질문을 받을 경우 딸 정씨의 증언을 염두에 둬야하는데다가, 아예 다른 답변을 내놓기도 어려워 사실상 재판 전략이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우려했는지 정씨 변호인단은 증인 출석 자체를 사전에 극구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 입장에서는 돌발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씨 변호인 측은 정씨가 변호인단과 사전 협의 없이 전격적으로 법정에 출석한 것을 두고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정씨의 출석을 강요하거나 회유했다고 주장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씨가 재판에서 "여기 나오는 데 여러 만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나오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며 "그래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왔고 일단 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했고 판사님이 받아들여 그래서 나왔다"고 스스로 이유를 밝히면서 변호인 측 주장은 궁색해졌다.

오히려 변호인단의 만류에도 정씨가 스스로 재판에 출석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씨와 변호인단 사이의 '엇박자'만 확인시켜줬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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