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공개된 '민정실 문건'은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 이유였나

JTBC의 태블릿PC 보도 이후에 검찰과 특검은 모두 네 차례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하지만 모두 청와대가 거부하면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청와대가 14일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사정 문건을 공개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적폐청산 작업의 정점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관련 문건 대부분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재임시절 작성했거나 민정비서관 시절 작성됐다는 점에서 그의 구속을 염두에 둔 공개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현재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날 공개된 문서를 통해 새로운 혐의점이 발견되면 검찰이 추가 기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수현 대변인은 14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대부분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사정 문건 300여건을 공개했다. 그 중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1건을 제외하면 모두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을 통해 생산된 문건이었다.

박 대변인은 자료의 입수 경위에 대해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현재 사용하지 않는 한 캐비닛을 발견했고, 그 안에 이전 정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들이 들어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전 정부에서는 민정 부문 자료와 사정 부문 자료를 각각 다른 공간에 보관해 왔는데 사정 부문 자료를 담은 캐비닛에서 우연히 발견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수석비서관 회의자료,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지침,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등 파급력이 큰 사정 자료들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박영수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하려다 실패한 자료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관련 조항 찬반 입장 언론 보도 ▲국민 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 ▲직접 펜으로 쓴 메모의 원본 ▲청와대 업무용 메일을 출력한 문건 등이 들어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지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의결권을 행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관여 정황이 담긴 자료도 발견됐다. 자필 메모로 적힌 자료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이라고 적혀있다.

  •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 등 삼성그룹 현안과 관련한 편의를 받기 위해 박 전 대통령측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 400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로 기소한 상태며, 현재 재판 중에 있다. 문건 안에 청탁과 대가성 여부에 대한 직접 증거가 포함돼 있다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형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구속하는데 결정적 증거로 활용됐던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사본으로 추정되는 문건도 이번 자료에 포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필적을 대조하고 자세히 검증해 봐야겠지만 저희는 민정수석실 사정 공간에서 발견된 것이고 김 전 수석의 자필 메모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발견 자료 원본은 국정기록비서관실을 통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고 사본은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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