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조선 캡쳐
[김홍배 기자]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 80명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된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들이 TV조선에 묻습니다'라는 글이 15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TV조선 관계자는 “취재 기자들이 공동으로 쓴 글이 맞다. 외부로 공개된 경위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 13일 방송. 이날 전원책 변호사는 메인뉴스 오프닝 멘트에서 정유라 씨의 특검 증인 출석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전 변호사는 "요즘 뉴스 중에 제가 궁금한 게 있다. 어제 정유라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출석했느냐는 것"이라면서 "특검은 본인 뜻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새벽 5시에 비밀작전 하듯 승합차에 태워 데려온 것부터 석연치 않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사회부 기자들에게 검찰과 정 씨 간에 뭔가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 취재 좀 잘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특검이 지금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가 무죄가 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도 무죄가 된다"라고 주장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같은 날 클로징 멘트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 취소와 관련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의 우표 발행을 취소하는 것은 너무 옹졸한 처사"라면서 "저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컷뉴스는 최근 TV조선에 기자로 들어가 메인뉴스 앵커를 맡고 있는 전원책 변호사를 향한 비판이 주를 이루는데, 내부 갈등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해당 글은 전원책 변호사의 TV조선 메인뉴스 13일자 오프닝·클로징 멘트를 문제삼고 있다. 오프닝 멘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기습 출석한 정유라 씨를, 클로징 멘트는 '박정희 우표' 발행 취소를 다뤘다.

TV조선 기자들은 "(오프닝 멘트의) '새벽 5시 출발, 특검의 긴장,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무죄 가능성'까지 팩트 없이 일방의 주장을 담은 내용"이라며 전 변호사의 '사회부 기자들에게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발언을 지적했다.

"TV조선 취재기자는 위와 같은 내용을 보고한 바 없습니다. 보고한 바 없으니, 이런 앵커 멘트가 나왔습니다. '사회부 기자들에게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변호사는 '정유라 씨가 변호인 상의 없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에 출석한 것은 불법이다. 뉴스에서 다루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들었습니다. (불법이라고)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 지시가 왔습니다. 팩트가 아니기 때문에 진실을 밝혀낼 수 없었습니다."

이어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진실을 전하겠다는 의지를 말한 것인데 기자들이 오해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 의지였다면 '팩트'부터 전달하면서 말해야 합니다. 또한 저희는 이 멘트를 기자에 대한 공개질책으로 이해해 문제삼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를 지시받고, 이름을 걸고 부끄러운 기사를 써야 하고, 오프닝멘트에서 거론되는 모욕을 왜 감수해야 하는지 묻고 싶은 것입니다. 앞으로 전원책 변호사의 개인적인 의혹 제기나 사적인 의견을 TV조선 기자들이 취재해야 하는 지도 궁금합니다."

한편 기자들은 또한 클로징 멘트의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의 우표 발행을 취소하는 것은 너무 옹졸한 처사입니다. 저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립니다' 부분을 언급하며 아래와 같이 꼬집었다.

"이에 대해 주 본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과가 있고, 이 때문에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다양한 시각'이, 우리 TV조선에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TV조선 메인뉴스를 개편하면서 회사는 기자들에게 '건전보수' 아이템을 요구했습니다. 위 문장이 건전한 앵커멘트인지 다시 한 번 묻고자 합니다."

이어 "위 사안에 대해 어젯밤 TV조선 기자협회 단체방에서 문제 제기가 됐습니다. 이에 오늘 회의에서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오프닝과 클로징 모두 전원책 변호사가 아닌, 내가 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라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더 큰 충격입니다. 기자인 보도본부장이 팩트가 아닌 멘트를 직접 쓰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송구하다'고 한 것입니다. TV조선 기자는 개인의 메시지를 담은 메인뉴스를 제작하고 특정 세력을 위한 취재를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라고 비판했다.

기자들은 "우리는 지난해 어렵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개편을 하면서 달라지리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편향된 뉴스 분량이 많아졌다는 게 구성원 대다수 의견입니다"라며 글을 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박근혜 국정농단'을 최초 보도하고 모든 기자들이 똘똘 뭉쳐 의미 깊은 많은 특종을 하고도, 이제는 '우리가 보도했다'는 언급조차 통제당하고 있습니다. '건전보수 시청자'가 떠나간다는 이유입니다. 회사는 이를 'TV조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편향되며 공정하지 않은 이 정체성을 지키고자, 언론인으로서 지켜야할 자존감은 물론 재승인 탈락이라는 '생존권'까지 위협받아야 하는지 답해주십시오. 그리고 사실에 근거한 해명과 기자들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책을 듣고 싶습니다."

매체는 기자들은 끝으로 "언론사의 정체성은 진실을 보도하는 일입니다. TV조선은 언론사입니다"라며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청자를 위한, 부디 부끄럽지 않은 뉴스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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