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앞 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근헤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를 환송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우리가 못하는 것이 없었어. 뭐든지 알고 싶으면 다 알 수 있었고, 시도해서 안 되는 것이 없었어. 그것이 우리의 힘이었지. 정보? 통화내용을 거의 모두 알 수 있었지. 그걸 무기로 해서 그 인사에게 접근하면 그 인사로부터 또 다른 정보가 나오고, 이런 식으로 힘을 키워 가는 거야. 그러니까 힘이 대단했던 거지.” 국정원 출신 인사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밝힌 과거 ‘무용담’이다.

이렇듯 언론통제 여론조작 등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국정원의 불법적 행태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 과정에서 최근 드러나면서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에까지 '적폐청산'의 화살을 겨누고 있는 모양새다.

그간 전 정부의 문체부 블랙리스트 및 검찰의 우병우 사단 정리, 국정교과서 폐지 등을 통해 '박근혜 지우기'에 주력했다면 이젠 이 전 대통령과 연관된 일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탈탈 털어보겠다는 태세다. 이른바 '이명박근혜' 정권을 정조준 하는 셈이다.

실제 검찰은 2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원 전 원장이 선거에 개입하고 언론 통제를 지시했다는 내용을 시중에 알렸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국정원장을 4년간 지낸 바 있다.

이를 이어받아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5일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과 국정원장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정치공작을 어떻게 벌여왔는지 낱낱이 밝혀졌다"며 "원 전 원장 차원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이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민주당은 현 정부의 증세 정책 추진도 이 전 대통령의 감세정책에 대해 바로잡기 차원임을 강조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초거대기업과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적정과세의 가장 큰 의의는 법인세 감세를 통한 경제 성장과 조세 형평성 달성 둘 다 실패했던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청와대에서 발견된 이른바 '캐비닛 문건' 중 이명박 정부 시절에 작성된 것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굉장히 많이 나왔다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 때 것이 거의 다이고 (이명박 정부 때 것은) 한두 건 끼어 있는 정도가 발견된 것은 맞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문건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후폭풍을 몰고올 여지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당시의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이 담긴 문건이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그는 "안보실 등에서 나온 (문서의) 양이 지금까지 발견돼왔던 것보다 많다"고 밝혀 추가 공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당초 안보실 문건의 경우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안보적 중대성보다는 위법성이 큰 것이 나와 (공개)해야 된다고 판단할지는 나중에 봐야 할 문제"라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7번째 '업무지시'로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여기서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4대강 사업을 주요 치적으로 삼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이어 청와대는 대통령 주재의 반부패 컨트롤 타워를 의미하는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와 '방산비리 근절 유관기관협의회'를 개최해 방산비리를 중심으로 한 반부패 대책을 마련하는데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밝혔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 전 대통령은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나 "홍 대표를 중심으로 야권이 단합해야 한다"며 야성 강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4대강 감사에 대해서도 "재판까지도 다 받은 사안인데 감사원에서 진행을 한다고 하니···"라며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보수가 희생정신이 부족하다"며 "새로운 보수의 탄생에 몸을 던져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예방 직후 이 대표의 입을 통해서는 이 전 대통령이 "진보 정권 10년 동안 햇볕정책으로 대북 지원이 핵으로 돌아왔다"라며 문재인 정부가 그 기조를 이어오고 있는 진보 정권의 남북 정책을 비판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 원 전 원장은 7월 24일 법정 최후진술에서 “국정원 간부들과 나라를 걱정하며 나눈 이야기를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은 너무 안타깝다. 심리전단 직원들의 일도 북한의 대남 선동에 대한 방어로 생각했지 그것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행위였다면 바로 중단시켰을 것이다. (나는) 국정원장직에서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 보통 사람의 일상을 보내려 했다. 그런 사람이 왜 선거나 정치에 개입하겠는가”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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