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의 장본인이자 증거조작 사건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진 안 전 대표가 당장 전면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8월27일 치러질 국민의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내 반대 여론에 대해 "당을 구하려는 마음은 같다. 그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제가 한 분 한 분 만나 뵙고 소통하고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김종회·박주현·박준영·유성엽·이상돈·이찬열·장병완·장정숙·정인화·조배숙·주승용·황주홍 의원은 안 전 대표 출마선언 직전 성명서를 내고 "안 전 대표의 출마는 정당정치에 있어 책임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지원 전 대표를 통해 안 전 대표 출마 반대 의사를 전달했던 동교동계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국민의당 고문단에 포진해있는 동교동계(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 그룹) 인사들은 안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탈당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한 동교동계 원로는 "정치는 명분이 있고 메시지가 있어야 하는데 (안 전 대표 출마에) 무슨 명분이 있느냐"라며 "자기 때문에 (당의 위기가) 벌어진 상황인데 백의종군을 하면서 당을 지켜 달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원로는 "(안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되고 토론회에 나가 망신을 당해 국민들에게 배척당해서 당 꼴이 이렇게 됐다. 또 가까운 사람들이 조작 사건 문제를 일으켜 국민들에게 두 번이나 사과한 게 엊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탈당은 당연한 것"이라며 "다 끝났다"고 비판했다.
반면 호남의 김경진 의원은 개인 성명을 통해 "안 전 대표는 새로운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국민의당이 추진하는 개혁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후견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이들은 이같은 반대 목소리에 역으로 반발하고 있다. 비안계의 비토에 친안계가 반발하는 내홍 조짐이 엿보이는 것이다.
안 전 대표와 친밀한 한 현역 의원은 "안 전 대표 출마가 옳지 않다면 다른 주자들의 출마는 옳다고 할 수 있느냐. 안 전 대표만 안 되는 이유가 있나"라며 "천정배 전 대표나 정동영 의원은 책임이 없다고 누가 말하느냐"라고 반발했다.
그는 "반대하고 나선 분들도 사실은 다른 주자들의 캠프에 소속된 사람들이 대부분 아니냐"라며 "출마만으로도 이러는데, 그들이 당권을 잡았다면 대체 뭘 하려고 했는지 정신이 번쩍 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출마를 지지해온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동교동계는 전에도 탈당 얘기를 한 적이 있지 않나"라며 "그렇게 협박을 하면 안 된다"고 동교동계 일각의 탈당 거론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안 전 대표 측근 그룹의 초선 의원들 일부도 그에게 불출마를 권유한 바 있어 전당대회 국면에서 안 전 대표가 힘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안 전 대표 출마를 두고 이처럼 찬반론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부 친안계 인사들은 전당대회 실무 준비를 비롯해 안 전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최고위원 출마 등을 고심 중이다. 오는 27일 전당대회가 결국 친안계와 비안계의 세 싸움 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