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관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서 국가정보원이 대통령비서실에 전달한 특정 문건을 들이밀며 보고받았는지 추궁하자 “제게 보고되는 국정원 문건은 따로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 댓글 사건 부당 처리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이 국정원에서 실행됐는데 박 전 대통령이 이 내용도 별도로 보고받았는지 관심을 끈다. 박 전 대통령과 국정원을 상대로 한 추가 수사 또는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2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로 서울구치소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일 박 전 대통령은 검사가 “국정원에서 2013년 9월 작성한 ‘시·도 문화재단의 좌편향·일탈 행태 시정 필요’ 문건을 보고받은 적이 있냐”고 묻자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문건에는 “광역지방자치단체 산하 문화재단이 이념편향적 사업에 치중하고 있으므로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고 언론·시민단체와 협조해 이념편향 행태를 알려 경각심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시·도 문화재단의 좌편향·일탈 행태 시정 필요’ 문건은 국정원에서 작성해 대통령비서실에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검찰에서 ‘국정원에서 대통령비서실로 보고한 문건은 피의자에게도 보고되는 것이 맞냐’고 캐묻자 “국정원에서 대통령비서실로 보고되는 문건이 모두 저에게 보고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저에게 보고되는 국정원 문건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공안검사나 국정원장 출신을 ‘청와대 2인자’인 대통령비서실장에 앉히고 국정원과의 교류에 신경을 썼다. 공안검사 출신인 김기춘씨와 국정원장 출신인 이병기씨가 차례로 비서실장을 맡은 것도 이런 부분이 고려된 결과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에서 이미 보고받은 문건을 파기한 것으로 추정되는만큼 국정원에 남아있는 대통령 보고 문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때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국정원 메인서버에 접근하려고 했지만 ‘공무상 비밀’을 이유로 거부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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