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어만 볼 뿐..."
[신소희 기자] 소위 권리금을 보면 그 상권이 얼마나 좋은지 짐작할 수 있다. 한때 10억을 웃돌던 권리금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그래서 임대료만 내면 되는데, 점포 5곳 중 1곳은 비어 있다. 바로 남대문 시장이다.

"많이 없어졌죠, 권리금들이. 시설 투자 자금이잖아요 이게 다. 직원 나간 게 3월에 나갔는데, 3·4·5월 석 달 동안 못 쉬었어요."

남대문시장에서 24년 동안 안경점을 운영해온 박민서 씨는 요즘 임대료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10억을 호가했던 남대문시장 권리금은 이제 옛말이 됐다는 것.

시장 안쪽에 위치한 점포들은 임대료마저 내지 않고 관리비만 내라고 해도 장사를 포기하는 수준이다.

이곳에서 청춘꽃밴드를 운영하는 고정숙 대표는 "빈자리들은 임대료 자체가 없어요. 관리비만 내고 하라고 권하는 쪽인데도 안돼…."라고 말했다.

"매출이 반토막 났습니다. 놀러갈 수가 없어요."

개점 이래 최초로 여름 휴가를 포기한 남대문시장 그릇ㆍ주방용품 상인들의 말이다. 이들은 매출 급감세 속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가 불을 켰다.

'휴가 반납 세일'을 했지만 남대문시장 CㆍD동 상가 3층은 여전히 한산했다. 두 매장은 그릇을 주력으로 칠기, 냄비ㆍ프라이팬, 식사용구 등도 판다. 당초 여름 휴가 기간이었던 7~12일은 대규모 세일 행사로 바뀌었다. 불황 탈피를 위한 고육책이다. 할인율 50~80%에 일부 제품을 원가 이하로 파는데도 손님은 좀처럼 들지 않았다. 찜통 더위를 헤치고 남대문시장에 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에는 20년 전만 해도 10억 원에 육박하는 권리금이 붙는 점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억대 권리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권리금이 남아있는 가게도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김성원 가게몰 대표의 말이다. 그는 “업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남대문 시장 점포 5곳 중 1곳은 비어 있다.”고 했다.

지금 남대문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먹거리 장사가 그나마 남대문시장의 이름값을 지켜줄 뿐이라는게 남대문 상인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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