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장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선숙 기자]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은 문재인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홍준표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희망을 갖고 있을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6일 전국을 순회하며 민심을 듣는 '국민과 함께 토크 콘서트'를 시작하며 그 첫 출발지를 대구로 선택했다.

지역정가에서는 홍 대표의 대구행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로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린 보수층, 그중에서도 전통적인 자유한국당 지지텃밭이자 집토끼인 대구·경북을 지키려는 시동이라는 시각이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7시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예정된 토크콘서트에 앞서 자신이 대선 출마선언을 했던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홍 대표의 서문시장 방문에는 이철우(경북 김천)·김상훈(대구 서구)·곽상도(대구 중남구) 의원이 수행했으며 권영진 대구시장과 류규하 대구시의회 의장도 모습을 나타냈다.

18일 노컷뉴스가 '문재인 정부 100일..달라진 TK민심'이란 제목의 르포기사를 통해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한 변화된 민심을 전했다.

◇ 홍준표 서문시장 나타나자… "준표 오빠, 준표 오라버니!" 환영분위기 여전

오후 4시 30분. 대구 서문시장 일대가 술렁였다. 홍준표 대표가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시장 입구에는 당관계자들과 취재진, 홍 대표를 보러 나온 상인들로 메워져 발디딜 틈이 없었다.

홍 대표는 서문시장을 크게 한 바퀴 돌며 시장 상인들과 악수했다. 홍 대표를 맞이한 상인들은 "홍준표! 홍준표!" 라며 홍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고, "준표 오빠!"를 외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몇몇 상인들은 홍 대표의 뒤를 따라오며 "박 전 대통령을 석방시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시장 골목을 누비는 홍 대표는 젓갈집 청년과 인증사진을 찍고, 한 상인의 싸인 요청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지난해 발생한 서문시장의 화재와 관련해 권영진 대구시장과 함께 화재 예방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준표 오빠, 준표 오라버니!"를 외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오는 동안에도 홍 대표를 쓱 한번 쳐다보고 마는 상인들도 다수였다. "누가 왔어?", "홍준표가 왔대" 등의 시큰둥한 대화가 그 뒤를 이었다.

이날 뉴시스는 또 다른 일부 상인과 시민들은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홍 대표 일행을 향해 “장사에 방해가 된다”며 짜증을 내거나 “도대체 왜 여기에 나타난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홍 대표는 시장을 둘러보며 상인들에게 “장사는 잘되느냐”, “경기가 어떠냐”고 물으며 친근감을 나타냈고 상인들은 “장사가 너무 안된다”, “정치를 좀 잘해 편하게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서문시장상인연합회에 들러 지난해 11월30일 발생한 4지구 화재와 관련해 상가 복구사업과 화재보험 가입 등 상인 지원책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 변화의 움직임도 느껴져…"누가 왔어?" 시큰둥, "한국당 좋아하지 않아" 냉담

가까이에서 만난 시장 상인들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거나 "마냥 자유한국당을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상인들이 있었다.

뜨개질방을 운영하는 신모(50) 씨는 대구 민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크게 지역 민심이라고 보면 홍준표 대표가 우위를 차지하겠지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구 시민들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수성만 해도 김부겸(더불어민주당)이 더 여론조사 높게 나오지 않냐"고 말했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에 해당하는 보수 지지층이 많았지만 60대까지도 민심은 흔들렸다. 포목점을 운영하는 최모(60)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씨는 홍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너무 '내가 하면 되고, 남이 하면 안 되고' 하는 식인 것 같다. 자기 혼자 밀고 나간다고 되는 게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하기까지 했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7일 오전 울산시 남구 문수실버복지회관을 찾아 점심 배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보면 밥맛" 반감속에서도 "대구도 옛날처럼 한나라당 좋아 안해"

물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시민도 있었다. 한 시민 서모(67·여)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 밥맛이 떨어진다"며 노골적인 거부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보수 지지층이었다. 그러나 한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던 그도 별안간 "대구가 옛날처럼 한나라당을 좋아하진 않는다"고 했다.

"우리도 나이 들었지만, 변해야 해." 문 대통령이 당선된 후 노무현 대통령을 TV에서 본다며 불만을 한참 쏟아낸 서 씨의 말이었다.

한 상인은 자유한국당을 맞이하는 서문시장 상인들의 반응도 예전과는 다르다고 전했다. "옛날 한나라당 같으면 난리 났어. 차 때문에 길 다 막히고 상인들 장사도 못했어." 옷가게를 운영하는 배 모(50) 씨의 말이다.

배 씨는 서문시장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박 전 대통령 때문에 시장에서 싸움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불이 나서 상인들 다 울고 있는데, 박 전 대통령 지지자라는 사람들이 죄다 앞에 가서 피켓 들고 소리 지르고 있으니까..." 과거에 한나라당을 지지하던 배 씨는 이제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 울산, 한국당 강세지역 실감하기 어려워…지난 대선때 문재인 1위

홍 대표는 17일 오전 울산 남구 문수실버복지관에서 '밥퍼 나눔 봉사'를 실시했다.

 핑크색 자켓을 입고 복지관에 들어선 홍 대표는 복지관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눈 뒤 3층 식당에서 배식 봉사활동을 했다. 식당 테이블에 앉아있는 어르신들에게 직접 식판을 전달하며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도 건넸다.   

고령의 노인들이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홍 대표에 대한 울산 민심이 원래 그런지 대구만큼 열기가 묻어나지 않았다. 홍 대표는 30여분에 걸친 봉사활동을 마친뒤 바로 자리를 떴다.

오후에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공사현장을 방문해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한수원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울산에서도 고령층을 제외하면 '한국당의 강세 지역'이라는 실감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대선때 울산에서는 중구, 남부, 동구, 북구, 울주군 등 모든 곳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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