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서에 내리는 폭우
[신소희 기자]최근 5년간 기상청의 강수 예보 적중률이 46%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장마·태풍·지진 등 각종 재해 상황마다 따라붙던 '오보청'이라는 비난이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22일 감사원은 기상청 기상산업진흥원 지질자원연구원 국립해양조사원 등 8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기상 예보 및 지진 통보 시스템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33건의 위법·부당·제도 개선 사항을 적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2∼2016년)간 기상청이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한 5193회(244개 관측지점 연평균) 중 실제로 비가 온 경우는 3228회(62%), 비가 오지 않은 경우가 1965회(38%)였다.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하지 않았으나 비가 온 경우는 1808회였다.

23일 매일경제는 정부 예산 3500억원을 들여 쏘아 올린 천리안위성 1호의 위성 관측자료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반쪽 예보를 해왔고, 미국 일본 영국 등 기상 선진국과 기상 기술력을 비교해봐도 한참 뒤진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기상청은 "강수 유무 예보 정확도가 90%를 웃돈다"고 대내외적으로 발표해왔다. 기상청이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를 했고, 실제 비가 오지 않은 날까지 포함해 예보 정확도를 산출했기 때문이다.​

반면 앞서 감사원이 분석한 대로 예보발령 상황 때만 따져보면, 지난 5년간 강수 유무 적중률이 평균 46%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기상청은 강수 유무 정확도가 90%가 넘는다고 발표하는데 우리나라는 비가 자주 오지 않아 정확도가 아닌 적중률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적중률은 2012년 47.7%에서 지난해 45.2%로 오히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이 기상청이 수백 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슈퍼컴퓨터까지 들여놨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 기상청은 천리안위성 1호에서 관측된 위성 자료를 수치 예보 모델에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제때 개발하지 않아 한반도 기상 상황을 상세하게 예측하는 '국지 예보 모델'에 위성 자료를 전혀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상·해양 관측 자료를 수치 예보에 활용하기 위해 약 3500억원을 들여 2010년 6월 천리안위성 1호를 발사했다. 그러나 정작 '하드웨어'를 띄워놓고도 이를 예보에 활용할 '소프트웨어'를 제때 개발하지 못해 국지성 집중호우, 폭염, 가뭄 등 재난에 가까운 국지 예보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기상청의 열악한 기상 기술력은 매일경제가 입수한 '한국의 기상 기술력 평가 : 미국 일본 영국과 비교분석'이라는 기상청 내부 연구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기상청 소속 국립기상과학원은 최근 관측, 자료 처리, 예보, 기후 등 4가지 평가 대상 분야에 대해 한국의 수준을 기상 선진국들과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객관적인 실적 자료를 활용한 지표평가에서는 영국이 비교 대상국 중 가장 높은 기상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 전문가 200여 명의 설문평가에선 미국이 최우위 국가로 평가됐다. 반면 한국의 종합 기상 기술력 수준은 지표평가와 설문평가 모두에서 꼴찌를 기록해 주요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보고서의 '자료처리' 분야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보유한 기상서비스 전용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평가 대상국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슈퍼컴 4호기 '누리'와 '미리'를 도입한 한국은 슈퍼컴 수준에서 만점(25점)을 기록해 영국 미국 일본을 앞섰다.

그러나 자료 분석을 통한 실질적인 예보와 관련된 기후·예보·관측 부문에서 정확도 문제로 점수를 확 깎아먹으면서 꼴찌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결국 컴퓨터는 똑똑한데 예보관 등 사람이 문제라는 얘기다. 수천 억원짜리 위성을 갖고도 예보에 활용하지 않아 수치 예보 정확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는 감사원 지적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김성묵 기상청 사무관은 "감사원이 제시한 강수 예보 적중률(TS)은 비가 온 날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므로 통계적 함정을 피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동안 기상청이 발표해온 강수 예보 정확도 개념이 시민이 체감하는 정확도와 괴리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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