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박성진(49)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를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같은 인선을 단행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박 대변인은 "박 후보자는 기계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학자이자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현장경험을 쌓아온 학자"라고 소개했다.

앞서 오락가락했던 공지사항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발표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다. 30명 가까운 수많은 후보를 검증했음에도 본인 고사 등 낙점이 어려웠던 우여곡절을 압축해 보여준 해프닝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기부 장관은 의미가 남다르다. 대선공약에 따라 정부조직을 개편, 신설한 부서의 첫 장관이다. 소득주도 성장, 중소기업 육성 등 주요 국정방향과 직결되는 인사다. 그러나 후보자 낙점까지 가장 오래 걸렸다. 지난달 20일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통과부터 따져도 한 달 넘게 걸렸다.

정치권에선 당초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같은 당 김병관 의원, 홍종학 전 의원 등이 주로 거론됐다. 박 의원은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의 아이콘이다. 김 의원은 웹젠 창업주다. 업계에선 이들처럼 상징성도 있고 '힘 있는 여당 의원'을 선호했다. 제대로 된 중기 정책을 펴자면 기존의 부처간 세력분포를 뛰어넘는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들을 공개지지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현직 정치인 추가 입각보다는 현장을 이해하는 전문가 영입을 최우선으로 했다. 주요 인물군은 전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서 현장전문가 즉 벤처기업인으로 이동했다. 이미 현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명 입각(도종환 김현미 김부겸 김영춘 김영주)한 것도 정치인 장관의 가능성을 줄였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이 탄생해 성장하고 뻗어나가는 일련의 흐름이 있다"며 "이 흐름을 이해하는 현장 전문가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무와 관련 있는 주식이 일정규모를 넘으면 백지신탁해야 하는 공직자윤리법상 주식백지신탁제가 암초로 등장했다. 단순 지분이라면 국가에 헌신이란 명분으로 흔쾌히 처분할 수 있다. 애써 일군 기업의 경영권이 달렸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난 2006년 시행된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따라 1급 이상 고위 공직자가 업무와 관련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본인과 배우자, 자녀가 보유한 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신고하고, 담당 위원회가 직무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한 달 안에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신탁해야 한다.

이날 매일경제는 이 때문에 중기부장관 후보군 상당수가 백지신탁제에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당초 후보들이 줄줄이 고사하면서 청와대가 후보군에 올린 이름만 30명에 이른다고도 한다. 결국 '학자이되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로 박 후보자를 결정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고육지책이었다는 것이다.

박 후보자 역시 고심 끝에 제안을 수락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사수석이 본인 결단만 남았다고 한 게 오후 3시"라며 "백지신탁 관련 본인 결심을 갖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을 보고 '어려운 길 가야 되는가'하는 부분에 대한 결심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검토한 (후보) 숫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