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이번 사건이 은행 내에서 터졌지만, 은행만의 문제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5일 대구지방경찰청이 박인규 행장과 간부급 5명 등 모두 6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하자 대구은행 한 직원의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 은행은 지역 경제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서 하루빨리 사건이 마무리돼 안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은행 측은 "설마 하던 것이 터졌다"며 은행 신뢰도 추락, 대구·경북 경제계에 미칠 영향 등 우려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초 박 행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등 각종 의혹을 담은 제보가 경찰에 들어간 것이 단초가 됐다.

비자금 조성 의혹은 지난 3월 은행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도 금융권에서 한차례 소문 형태로 떠돌다가 가라앉았다.

그러나 이번 제보는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실제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주변 조사를 통해 박 행장이 법인카드를 이용해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현금으로 바꾸는 일명 '상품권 깡'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던 박 행장 거취 문제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은 지난달 21일 을지연습 기간 중 직원들에게 일련의 사태를 해결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박 행장이 압수수색과 관련해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없다"며 "이번 사안이 워낙 민감해 직원 간에도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2시께 압수 수색이 끝나면 자료를 분석하고 조만간 박 행장 등을 소환해 비자금 용처 등에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내사를 통해 혐의가 어느 정도 확인돼 박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 정식 수사에 나서게 됐다"면서"비자금 조성뿐 아니라 은행 비리 전반에 대해 수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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