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아쉽게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지만 그래도 9회 연속 월드컵에 오를 수 있어서 기쁘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홈에서 이란과 아쉬운 무승부를 하는 바람에 오늘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며 "선수들이 평정심을 잃지 않고 하고자하는 것을 이야기 했고 집중력과 자신감이 좋았던 것 같다"고 이 같이 평가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의 고질적인 '골 결점력 부족'과 '약속된 플레이'의 실종은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의 가슴을 여전히 답답하게 만들었다.

지금 같은 경기력이라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무기력한 모습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게 팬들의 생각이다.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마지막 경기까지 본선 행을 확정하지 못하다가 우즈베키스탄에 골득실차로 앞서며 힘겹게 조 2위를 확정했다.

당시 최종예선에서 확실한 색깔을 내지 못한 한국 축구는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 2패의 처참한 성적표에 그치며 H조 꼴찌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한 한국 축구는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에서 8전 전승의 화려한 성적표를 거뒀지만, 최종예선 무대에서는 '득점력 부재-조직력 난조'라는 2가지 악재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최종예선 두 경기를 남기고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는 쓰린 순간을 경험한 한국 축구는 신태용 감독 체제로 남은 두 경기를 치렀지만 모두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다.

'슈틸리케 체제'나 '신태용 체제'나 선수들의 경기력은 변함이 없었고, 팬들은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결국 선수들의 미흡한 기량이라는 것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이란과 최종예선 9차전에서 태극전사들은 '유효슈팅 제로'라는 수모를 당했다. 우즈베키스탄 적응을 위해 일찌감치 타슈켄트로 향했지만 경기 내용은 이란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한 수 아래 전력의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한국은 전반전까지 유효슈팅을 만들지 못했다. 가장 좋은 기회는 전반 시작과 함께 때린 황희찬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고, 전반 종료 직전 시도한 손흥민(토트넘)의 슈팅이 왼쪽 골대를 때린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확실한 공격 루트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좌우 측면 돌파의 속도감은 물론 크로스 타이밍도 늦은 데다 정확성까지 떨어지면서 슈팅 기회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무엇보다 공수 간격이 너무 넓은 데다 최종 수비라인이 너무 내려앉아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에게 손쉽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주는 실수가 이어졌다.

상대 공격수에 대한 압박도 헐거워 번번이 측면 공간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자초했다.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의 완성도 역시 낙제점 수준이었다.

여기에 공격 전개 속도도 느려 역습의 효과를 내지 못한 지공으로 상대에 위협을 주지 못한 데다 '완벽한 슈팅 기회'만 기다리는 무모한 시도 때문에 상대 문전에서 볼만 돌리다 빼앗기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한국 축구는 최근 A매치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의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아들고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나서게 됐다. 더군다나 최근 4경기에서 3경기는 0-0 무승부일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은 이제 남은 기간 '골 본능'을 잊은 태극전사들과 함께 득점 방법을 제대로 연마해 러시아 무대에서 '2002년 4강 신화'의 자존심을 되살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