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해상자위대 함정
[심일보 대기자]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한 뒤 인터넷을 중심으로 '9월 9일 전쟁설(說)'이 퍼진 바 있다.

내용인 즉 북한의 정권 수립일인 9·9절에 미국이 북한을 공습하려 한다는 것이 소문의 골자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되풀이된 북폭설(北爆說)의 하나일 뿐"이라며 "미국이 전쟁을 개시할 조짐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같은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는 ‘북폭설’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급격히 확산되면서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다. SNS 등에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하며 북폭이 일어날 것처럼 떠드는 이들이 늘어나자, 일부에서는 ‘비상식량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북폭설’은 전형적인 ‘가짜 뉴스’다. 시국이 어수선해지면 유언비어, 가짜 뉴스, 헛소문이 활개를 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만큼 현혹될 이유가 없다.

이번 9·9 전쟁설의 근원은 일본 출판사 고단샤(講談社)가 발행하는 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다.

조선일보의 지난 7일 기사에 따르면 이 주간지는 지난달 7일 '아베 총리가 7월 31일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52분간 전화 회담을 했는데,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폭 계획을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고 반말투로 작성된 양 정상의 '대화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믿을 수 없는 중국에 의지하는 것은 그만두고 스스로 손을 쓰려고 생각한다. 그 녀석들(북한) 건국 기념일이 9월 9일이지? 간부들이 나란히 목을 내밀고 기념식을 하잖아. 그 현장을 때리는 것이 가장 손 쉬워. 김정은이 그곳에 있든 없든 관계없어. 그 녀석들이 깨닫게 혼내주는 거야"라고 했다.

이 주간지는 연간 발행 부수가 50만부에 달한다. 하지만 보도 당시 이 기사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주간지는 연예인·정치인 등 유명 인사의 스캔들을 주로 다루면서 선정적인 화보 등으로 눈길을 끄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화록의 출처나 입수 경위도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회담 대화록은 기밀 중 기밀인데 외교·안보 전문지도 아닌 주간지에서 어떻게 입수할 수 있겠느냐"며 "대화 내용도 통역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정상 간의 통화 형식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보 전문가는 "북한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하려면 김정은의 위치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김정은이 있든 없든 평양을 폭격하겠다는 것부터 비상식적인 소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잊히는 듯하던 보도 내용은 북한 핵실험으로 다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대중의 불안감과 맞물려 그럴 듯한 소문으로 다시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발 '한반도 전쟁설'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약 6만명의 자국민들을 전원 귀국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닛케이아시아리뷰가 보도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5일 연정 의원들을 만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뭣이든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한의 공항이 폐쇄될 경우 일본인들을 데리고 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부산 항구를 통해 배로 이동시키는 것인데, 아베 정부가 자국민들을 서울에서부터 부산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주한 미군의 협력을 타진 중이라고 닛케이 아시아 리뷰는 전했다. 일본 자위대가 남한 내에서 자국민 대피 작전을 벌이려면 한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승인이 나지 않았지만 만약 그렇게 될 경우 한국 내에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한국에는 3만8000명의 장기체류자와 1만9000명의 단기 여행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자유한국당 등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일본 등이 핵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노골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전쟁 자체가 현행 헌법으로 금지돼 있는 일본에서는 주요 언론들이 핵무장을 언급한 미국 언론 보도 등을 전하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4일 미국 CNN 방송을 인용해 "북핵 대응책의 일환으로 일본 핵무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CNN에 출연한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의 발언으로 그는 북한과의 협상에 따라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미국 내에서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지난 7월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칼럼을 다시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 결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기하더라도 일본을 사정거리에 둔 중거리미사일은 그대로 남게 될 수 있다며 핵무장론 등장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일본의 핵무장 반대 여론이 크지만 향후 북핵 위협이 더 고조되면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일본은 원전에서 나온 폐연료 등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은 사실상 모두 갖고 있다.

적의 적은 동지라지만 일본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도 먼 '동지같은 적'이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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