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이명박 전 대통령 밑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부부싸움 뒤 부인은 가출하고 혼자 남아 자살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22일 한겨레애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이자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최악의 막말이자 망언에 대한 정치적,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며 강력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당도 “검찰은 즉각 사자 명예훼손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대 정치보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가한 것’이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은 무슨 궤변인가. 노무현을 이명박이 죽였단 말인가. 노무현의 자살이 이명박 때문이란 말인가”라고 거듭 반문했다. 이어 “노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불 금품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을 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 책임이란 말인가.. 그래서 그 한을 풀겠다고 지금 이 난장을 벌이는 것인가. 적폐청산 내걸고 정치보복의 헌칼 휘두르는 망나니 굿판을 즉각 중단하라”고 썼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같은 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되는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얘기도 나온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내가 아는 최대의 정치보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했던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아방궁’ 발언으로 생전에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괴롭히더니 정진석 의원까지 파렴치한의 대열에 합세했다”며 “형언할 수 없는 최악의 막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정 의원은 정치적,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도 ‘국회 법사위 간사’ 명의의 논평에서 “정 의원의 발언은 용서할 수 없는 막말로 고인과 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며, 적폐청산을 갈망하는 촛불 민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정 의원은 유가족과 국민 앞에 즉각 사죄하고, 검찰은 즉각 사자 명예훼손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정 의원의 주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을 향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최석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정권 초부터 정치적 위기에 몰린 이명박 정권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 남긴 숱한 적폐로 인해 사정의 대상에 오르자, 정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잔당을 자처하며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는 패륜을 저지르고 있다. 응분의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난 21일에는 “노무현 정권 뇌물사건 재수사하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 쪽 반발을 전한 언론보도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우파의 적폐가 있으면 좌파의 적폐도 있을터. 불공정한 적폐청산은 갈등과 분열, 사회적 혼란만 남길 뿐”이라고 쓰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은 박정희 정권에서 치안국장과 충남도지사, 전두환 정권에서 내무부 장관을 지낸 정석모 전 의원(10~14대)의 아들이다. <한국일보> 기자를 거쳐 아버지 지역구를 물려받은 ‘금수저 2세 정치인’으로 16~18대에 이어 20대 의원이 됐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있던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뒤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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