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화폐, 거짓 신화 유포

▲ 핵무기에 관한 다섯 가지 신화
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격을 시작으로 우리는 지난 70여년 동안 핵무기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 국제적 상황에 따라 형태와 강도만 다를 뿐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냉전 종식 후 핵무기에 대한 두려움은 전보다 줄어들었을지 모르나 핵 테러리즘과 핵 확산, 그리고 북한, 이란 같은 불량국가들의 핵무기 개발과 획득, 핵 위협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하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분명 현존하는 위험이다. 전쟁은 수천 년 동안 없어지지 않고 반복된다. 전쟁이 인간 본성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인간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이러한 충동은 상식을 압도할 수 있다. 그래서 핵무기를 사용한 대규모 전쟁의 발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핵무기는 심리적으로도 천하무적의 절대 무기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모두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사실은 강대국으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퍼뜨렸다. 핵무기는 이제 힘의 화폐다. 핵무기는 국력을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핵무기의 위험을 거래하고, 이를 통해 어느 국가를 존중해야 하는지 판단한다.

우리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격의 충격, 그리고 이어진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부터 "핵무기는 적에게 충격과 공포를 준다"는 신화를 도출해냈고, 핵무기가 보여준 파괴력으로부터 "파괴는 전쟁에서 이기게 해준다"는 신화, 베를린 봉쇄, 쿠바 미사일 위기, 한국전쟁, 제4차 중동전쟁, 걸프 전쟁 등의 위기로부터 "위기 시 핵억제는 효과가 있다"는 신화, 유럽의 국가들이나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대전쟁 없이 65년 동안 평화가 이어진 것으로부터 "핵무기는 우리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한다"는 신화, 그리고 이 네 가지 신화로부터 "핵무기의 대안은 없다"는 또 다른 신화를 도출해냈다. 이를 기반으로 핵무기 관련 정책 및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핵무기에 관한 이 다섯 가지 신화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의 분노 속에서 원자폭탄이 단 한 차례 사용된 이래 70여년 동안 우리가 실제로는 근거 없는 이 모순된 믿음 하에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을 해왔다면.

'핵무기에 관한 다섯 가지 신화'는 실용주의 관점에서 역사적 사실들을 증거로 지금까지 우리가 굳게 믿어왔던 핵무기에 관한 전통적인 다섯 가지 믿음이 전혀 근거 없는 신화에 불과하며, 이 다섯 가지 신화를 기반으로 한 정책 수립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낱낱히 밝힌다.

저자 워드 윌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고위관료들의 일기와 회의록, 그리고 전후 인터뷰 기록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일본이 무조건 항복한 것은 원자폭격 때문이 아니라 소련의 전쟁 개입 때문이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힌다. 또 미국의 남북전쟁,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스탈린그라드 전투 등의 사례를 통해 "파괴가 곧 승리는 아니다"라는 증거를 보여준다. 이어 우리가 핵억제 성공 사례로 알고 있던 베를린 봉쇄, 쿠바 미사일 위기, 한국전쟁, 1973년 중동 전쟁, 걸프 전쟁이 사실은 핵억제 성공 사례가 아니라 핵억제 실패 사례라는 것을 말한다. 304쪽, 2만원, 플래닛미디어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