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딸과 함께 희귀난치병을 앓으면서도 이웃을 돕는 선행으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아온 이모씨(35)가 여중생을 살해하고 유기한 피의자로 지목된 가운데 그의 딸 이모양(14)의 범행 가담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충격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용의자 이씨의 홈페이지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글이 발견되고 이씨가 범행 계획을 세우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과 한 달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사건의 전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5일 검거 직전 딸과 함께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혼수상태로 발견됐다. 두 사람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진 후 의식을 찾았지만 의문의 실마리를 쥔 이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일부 매체에 따르면, A 씨의 아내는 약 한 달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씨는 얼굴 전체에 종양이 자라는 희귀난치병 환자로 알려지면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자신의 딸도 같은 병을 앓는 사연이 알려져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날 오전 10시 20분쯤 서울 도봉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살인·사체유기 혐의로 이씨를 검거한 경찰은 이양이 평소 A양과 친한 친구 사이였음에도 아버지 이씨가 A양의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을 지켜본 점을 토대로 이양의 범죄 가담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자정쯤 A양의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 주거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한 끝에 이씨가 딸과 함께 서울 도봉구의 한 빌라에 은신한 사실을 확인했다.

5일 오전 10시20분쯤 경찰이 은신처에 들이닥쳤을 때 이미 두 사람은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진 뒤였다.

경찰은 곧바로 이씨와 이양을 병원으로 옮기는 한편 혼수상태인 이씨로부터 시신 유기장소를 확인, 이튿날 오전 9시쯤 영월 야산에서 훼손된 채 유기된 B양의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후 이양이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였고, A양은 이날 이씨의 집에서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이양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의 옆에는 커다란 검은색 여행 가방을 든 이씨가 있었다.

이양은 이씨가 시신이 담긴 가방을 차량 트렁크에 싣는 모습을 지켜봤고 이씨와 함께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이씨가 검거된 이튿날 자정쯤 이씨의 형은 동생이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마치 이씨가 남긴 듯한 글을 게시했다. '사랑하는 내 딸 꼭 보아라!'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에는 '내가 죽어서 수술비 마련하겠다' '먼저 간 엄마를 따라간다' 등 이씨의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 "이씨 치밀하게 범행계획…알리바이·증거인멸 시도"

7일 뉴스1은 "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살해이유'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이씨의 범행동기를 파악하기 위한 단서로는 이씨의 유서로 추정되는 '글'이 유일하다. 하지만 글 내용대로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려 했다고 해석하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목숨을 끊는 것'과 'A양을 살해·유기한 범행' 사이의 개연성이 없는 점과 이씨는 물론 딸도 수면제를 과다복용해 자살을 시도한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A양의 시신을 차 트렁크에 실은 뒤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제거했다. 영월 야산에 유기한 그는 곧바로 동해안으로 달려가 찍은 사진과 함께 아내를 그리워하는 듯한 취지의 글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그가 범행시각에 동해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이씨가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유서글'도 이씨가 검거되고 14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의 형에 의해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그가 사전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고, 완전범죄를 위해 알리바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글의 내용도 '연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글을 작성한 것이 이씨라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범행 사실을 숨기고 주의를 돌리려는 목적으로 작성된 것 같다"고 전했다.

▲ 채널A 캡쳐
◇풀리지 않은 A양의 죽음…'실마리'는 결국 이씨 손에

그럼에도 이씨의 범행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 달 전 발생한 이씨 부인의 사망 사건과의 연관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씨 부인의 사망 원인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이씨가 부인의 죽음에 개입했거나 방관했는지를 놓고 내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지난 10년 동안 딸과 자신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이씨가 딸과 그 친구를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 실마리를 찾고 있다.

경찰은 먼저 깨어난 이씨의 딸부터 조사해 범행동기를 파헤칠 계획이다.

검거와 동시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은 이씨는 현재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긴 했지만 다소 의식이 저하된 상태이고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며 "이씨의 건강이 호전되는 대로 범행 동기와 공범 여부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양의 시신 부검을 의뢰해 자세한 사망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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