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압력에도..임기 채우겠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금감원의 압력에도 남은 임기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김 행장은 최근 예상을 깨고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서진원 신한은행장만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이 모두 어수선한 대내외 사정을 고려해 참석치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 김종준 은행장이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소공점에서 열린 '하나은행 은행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김 행장이 지난 2011년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 중미래저축은행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혔다"며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김 행장이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금감원은 제재내용을 조기에 공개하는 등 김 행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행장은 4일(현지시간) ADB총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부터 안 오겠다는 생각이 없었고 계획대로 왔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이 ADB총회에 참석하는 이유는 해당 국가 은행 관계자 등을 만나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김 행장 역시 "하나은행은 카자흐스탄에 지점이 없지만 다른 은행장들과의 미팅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의 갈등에도 내년 3월까지 임기를 마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공식적인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기자간담회를 마련하는 등 언론과의 스킨십을 적극적으로 시도한 반면 김 행장은 기자들과의 대면을 극도로 꺼렸다. 그는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공세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KT ENS 납품업체 대출 사기 건을 더 자세히 조사할 방침이다. 이미 검사를 끝낸 농협은행·국민은행과는 달리 가장 큰 손실을 낸 하나은행의 경우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이는 은행장을 정조준한 검사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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