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법원이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단 5명을 새로 지정함에 따라 향후 재판이 본궤도에 다시 오를지 주목된다. 법조계는 일단 부정적인 시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12만 페이지가 넘는 수사기록과 법원의 공판기록 등 방대한 기록 분량을고려하고, 사실관계 파악 및 법리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보아 원활한 재판진행을 위해 여러 명의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선변호인으로서 충실한 재판 준비와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 비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재판 재개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단) 지정은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지난 16일 전원 사임 의사를 밝힌 후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유 변호사는 당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결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변호인들은 더 이상 재판 절차에 관여할 어떠한 당위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새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자 3일 뒤 속행된 재판에서 "공판 진행을 위해 더 이상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돼 직권으로 선정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이날 국선변호인을 지정함에 따라 박 전 대통령 재판은 형식상 개시 구성 요건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향후 정상 속도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까지 수사기록과 공판기록 등 사건 관련 서류만 12만 페이지가 넘기 때문에 국선 변호인단은 이에 대한 검토에 상당한 시간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법원이 이날 박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들의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도 재판 속도와 관련이 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기일 시작 전 인적사항이 공개되면 인터넷 등을 통한 과도한 '신상털기', 불필요한 오해·억측, 과열된 취재 경쟁으로 인해 재판기록 검토 등 해당 변호인들의 충실한 재판 준비에 지장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국선변호인단에게 수월하게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볼 때도 재판은 그리 속도를 못낼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열린 재판에서 자신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 '재판부 불신'의 뜻을 노골적으로 전하며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어 19일 재판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선변호인의 접견 자체에 응하지 않는 등 재판 대응 의지를 전혀 내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변호인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요적 변호' 사건이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구속 상태이거나 형량이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형의 죄목으로 기소된 경우 필요적 변호 사건이 된다.

법원은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을 때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이번 박 전 대통령 국선변호인단 규모는 피고인 1명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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