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작(獻爵) 하는 박근혜
[신소희 기자]'권불십년'이라 했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6개월째를 맞는 10월. 충북 옥천군 옥천읍의 육영수 여사 생가에 이어지는 발길이 현저히 줄었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13년에는 박근혜 지지자 등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역대 최고인 37만5000 명이 다녀간 적 있는 육영수 생가지만, 지금의 모습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있는 방문객들마저 쓱 한 번 훑어보고 발걸음을 옮기기 바쁘다. 옛날처럼 줄을 서서 살펴보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우상화 논란으로 진보·보수단체간 충돌로 이어진 육영수 여사 숭모제(탄신제)가 올해도 치러질 전망이어서 보수-진보단체의 충돌이 또 다시 재현될 조짐이다.

29일 이 행사를 주최하는 충북 옥천문화원과 민족증흥회(박정희 기념사업 단체)는 최근 회의를 열어 육 여사 생일인 내달 29일 옥천 관성회관에서 탄생 92주년을 기리는 숭모제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는 작년까지 옥천군에서 7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우상화 논란을 겪으면서 중단된 상태이다.

대신 올해는 재단법인 육영아카데미가 200만원의 행사비를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영아카데미는 청소년과 여성 복지지원 등을 위해 2010년 이 지역에 설립된 단체이다.

옥천문화원 관계자는 "숭모제가 1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데다,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등과 결부 지을 일이 아니라고 판단해 종전처럼 열기로 한 것"이라며 "행사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규모도 축소해 조촐하게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옥천은 육 여사의 고향이다. 숭모제와 더불어 그가 서거한 날(8월 15일)에 맞춰 추모제를 별도로 연다.

이를 두고 진보단체는 우상화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역대 여러 명의 영부인이 있는데, 유독 육 여사에 대해서만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지원하면서 업적을 미화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작년에는 예산 지원에 항의하는 진보단체 회원들이 숭모제 행사장에 몰려들어 시위를 벌이면서 이를 저지하는 보수단체 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옥천군은 두 행사에 주던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 숭모제 주관 단체 중 하나인 옥천청년회의소는 올해 행사 참여 여부를 회원투표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잇따라 열리는 숭모제와 추모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며 "회원들의 의견을 물은 뒤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옥천문화원은 올해 숭모제를 마친 뒤 관련 단체 등이 모여 두 행사 통합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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