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 관련 긴급체포된 이재만(왼쪽) 전 청와대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김홍배 기자]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주요 수사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계속 검찰 칼끝을 비켜갔던 '문고리 2인방'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51)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결국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31일 "청와대 관계자들이 국정원 간부들로부터 돈을 상납 받은 혐의를 수사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관광부 장관,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혐의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자체 조사와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가 박근혜 정부 '화이트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던 중에 포착됐다. 검찰은 지난 24일 대기업에게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출석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20시간 가까운 마라톤 조사를 벌이던 중 이 전 실장으로부터 박근혜 정부 시기 국정원이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특수활동비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임기의 전반인 지난 2013년 4월부터 최근까지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했다. 나아가 같은 시기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이병기-이병호씨가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미뤄봤을 때 이런 '상납'은 지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만큼 각종 범행에 가담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벌였다.

안 전 비서관은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 순방일정을 미리 입수하고 의상을 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기 제2부속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박 전 대통령 비선 진료 과정을 도왔다는 의혹,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도 받았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서 보안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으로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을 돕거나 묵인했다는 의심 속에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검찰과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고 이후 이들은 국회 국정조사 불출석 혐의만이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청와대 압수수색 실패, 관련 인물들의 조사 비협조 등이 이유로 거론됐다.

이에 이 사건 수사가 마무리된 뒤에도 이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날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관계자 진술뿐만 아니라 관련 물증을 확보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상납 된 금액의 규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준"이라는 말로 그 액수가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이날 함께 압수수색을 벌인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을 상대로 국정원과 청와대 관계자 사이에 오간 금품의 대가성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이들이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주고받은 경위와 목적, 돈의 사용처 등을 추가로 조사해 구체적인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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