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후계구도...이재용 체제 굳히나

삼성그룹 비상장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로 그룹 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추진키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SDS는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가 공동으로 지분을 가진 회사로 그룹 지배구조 중심에 서 있는 핵심사다. 삼성SDS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상장은 삼성SDS가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ICT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차원이다.

삼성SDS는 지난해 국내 공공시장과 대외 금융IT시장 철수를 선언한 이후, 해외물류 IT, 모바일 등 글로벌 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삼성SDS가 속해 있는 ICT서비스 시장은 국내 공공시장 참여 제한으로 국내 성장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에서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 신기술 출현, IBM, 액센츄어와 같은 기존 글로벌 사업자의 영향력 강화 등을 고려하면 과감한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SDS는 글로벌 사업구조로의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신성장 영역에서 글로벌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고, 최첨단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확충하며 국내·외 인수합병(M&A) 및 사업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페이스북 및 트위터, 중국의 웨이보 등 IT 기업들도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확보 및 자본조달의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상장을 추진한 바 있다.

향후 삼성SDS는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자본 확충, 글로벌 사업 제휴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장을 통해 이러한 체질 혁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장 이후 삼성SDS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경영의 투명성을 한층 더 강화하고, 적극적인 IR 활동으로 대외 신인도를 높일 계획이다.

한편 삼성SDS의 소액주주들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상장을 요구해왔는데, 이번 상장을 통해 적정한 시장가치로 평가받고 투자금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ICT 솔루션·서비스 시장은 시장규모가 1조9000억 달러로, 반도체 등 IT 소재부품 시장 대비 4.1배, 스마트기기, 서버 등 IT 세트 시장 대비 1.8배에 달하며, 부가가치와 성장성도 매우 높다.

삼성SDS는 이러한 글로벌 ICT 솔루션·서비스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 또 하나의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삼성SDS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ICT서비스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특히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등 신성장 기술을 확보해 통신, 헬스케어, 리테일 및 호스피탈리티 등 분야의 솔루션 및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적극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SDS는 이달 중 대표주관회사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추진일정과 공모방식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 후계구도...이재용 체제 굳히나
 
삼성SDS가 연내 상장 추진을 결정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영향이 미칠 삼성그룹의 후계구도가 주목된다.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ICT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 이번 상장의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번 상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주축으로 한 삼성그룹의 후계구도 밑그림이 한층 명확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더 불거졌다.

삼성SDS의 상장 여부는 그동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의 '열쇠'로 여겨져 왔다.

'포스트 이건희시대'에 맞춰 그룹 경영권을 이양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조달해줄 '황금거위'가 바로 삼성SDS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비상장기업인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하게 되면, 주식가치가 급등하게 되면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상속세를 위한 자금 확보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주식 자산에 따른 상속세만 5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 오너 일가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삼성 계열사는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SDS가 유일하다. 이중 삼성SDS의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가 22.58%, 삼성물산이 17.0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1.3%를 갖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도 각각 3.9%씩 보유하고 있으며, 이건희 회장은 0.01%를 갖고 있다.

삼성SDS(액면가 500원)는 지난 7일 기준 장외 거래가격 14만9500원으로, 기업가치는 10조802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장과 동시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 18위인 LG전자(10조9644억원) 위협하게 되며, 이재용 부회장은 최소 1조2000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이부진·이서현 사장도 최소 5000억원을 확보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SDS 상장의 핵심은 '장자 몰아주기'로 해석할 수 있다"며 "삼성 오너일가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삼성 계열사는 에버랜드와 함께 삼성SDS가 유일하고, 삼성SDS가 순환출자구조의 중요한 고리가 아님에도 그간 몸집을 키워온 것은 승계작업을 위한 '실탄'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SDS는 앞서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NS를 흡수 합병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보유 지분을 늘리기도 했다"며 "반면, 이부진·이서현 사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각각 4.18%에서 3.90%로 내려갔다"고 덧붙였다.

삼성SDS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이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 계열사 지분 늘리기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이재용 부회장은 정점에 서있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전체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돼 실질적인 지분율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으로, 결국에는 자녀들끼리 계열분리를 정착화 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 삼성SDS 가치를 상승시켜 현물출자 용도로 사용하면서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배구조 변환과정에서는 3세 경영의 신뢰성이 뒷받침 돼야 하므로 신수종 사업에서는 2차전지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SDI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또 현재 3세들이 실질적인 대표이사로 있는 삼성전자, 호텔신라, 삼성물산, 제일기획 등의 기업가치 상승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삼성그룹의 승계를 위한 후속 작업으로 삼성생명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체재로 가려면 이 부회장은 삼성 핵심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주식 20% 가량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아야 한다"며 "삼성생명 지분의 흐름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른 속도로 계열사간 사업 및 지분 조정, 한계사업 철수 등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에버랜드로 넘겨 소재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한 뒤 삼성SDI와 합병했고, 삼성SDS는 지난해 말 자회사인 SNS를 흡수합병한데 이어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했던 화학계열사 정리에도 나섰다. 또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은 삼성생명이 매입했고, 삼성전기, 삼성정밀화학, 제일기획, 삼성SDS가 갖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도 처분하면서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간 불필요한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