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에서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IL CIPRIANI)'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약 9년 만에 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치프리아니는 오는 31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10층에서 퇴점한다. 이에 따라 일치프리아니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 롯데백화점 본점, 호림아트센터점 4개 매장이 남게 됐다.

신세계본점 일치프리아니는 199.6㎡(약 60평)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블로거들 사이에서 '명동 맛집'으로 불리며 입소문이 자자했다. 백화점들은 일반적으로 최고층에 전문 식당가를 배치, 음식점을 찾은 고객들이 샤워 물줄기처럼 아래층으로 내려가 다른 물건을 구매하도록 하는 '샤워 효과(Shower Effect)'를 극대화시킨다.

이를 통해 백화점은 전체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입점 업체도 꾸준한 신장세를 유지하는 만큼 먼저 나가겠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 일 역시 신세계백화점의 리뉴얼 공사에 따른 퇴점 요구로 시작됐으며, 이를 남양유업 측이 받아들이며 이뤄졌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신세계 본점이 식품관 리뉴얼 공사로 인해서 계약기간 연장이 어렵지 않겠냐고 통보해왔고, 정중한 요청을 수렴해 퇴점을 결정했다"며 "5월 말이면 입점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이를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9년 만에 처음으로 본점 식품관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자연스럽게 퇴점하게 됐다"며 "향후 입점업체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치프리아니와 같은 층에 위치한 음식점 2곳도 퇴점할 예정이며, 일각에서는 이번 퇴점 조치를 백화점 업계의 불황 타개책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 발길을 붙잡기 위해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는 게 백화점 입장이지만, 보통 6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MD(상품구성) 개편으로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또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같은 기업의 다른 제품이 서로 간의 매출 떨어뜨리는 현상)'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이 인근에 위치해 있고 고객층이 겹치는 만큼 한 쪽 매장만 강화하는 것이 더 낫다는 남양유업의 판단에서다.

이 매장 빈 자리에는 신세계그룹 계열사나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입점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부터 내부 인테리어 공사에 착수해 7월 중 개장할 예정이다.

한편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중순께부터 본점 식품관 리뉴얼 공사에 착수하며, 재개장 시기는 8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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