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표준 FM '김흥국의 두시만세' 에서 퇴출당한 가수 김흥국이 2011년 6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MB 국정원이 MBC 블랙리스트 퇴출 작업에 보수 연예인도 끼어 넣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MBC가 좌편향 연예인 퇴출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수 김흥국(58)을 '물타기용 '으로 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MB정권이 비판적인 진보 성향연예인 무더기 퇴출시키기 위해 보수성향의 가수 김흥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김흥국은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등 보수성향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 상황을 정리하면 김흥국씨는 방송인 김미화씨 등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을 좌편향으로 분류해 MBC에서 퇴출시키던 시점인 2011년 6월12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 만세>에서 하차했다. 당시 MBC는 김흥국씨가 일신상의 이유로 스스로 하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흥국씨는 “라디오본부장으로부터 ‘선거 유세현장에 간 게 문제가 됐다’며 하차 통보를 받았다”며 사실상 퇴출됐다고 주장했고 이후 서울 여의도 MBC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삭발하기도 했다.

4일 경향신문은 2011년 6월15일 국정원이 작성한 ‘MBC 대상 종북성향 MC·연예인 퇴출조치 협조 결과’ 문건을 인용, 당시 김흥국씨의 퇴출이 'MB 국정원 작품'이었음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흥국은 “당시 내 억울함을 들은 MBC에서 수습이 되면 다시 DJ로 복귀시키겠다고 했지만 6년 동안이나 연락이 없었다, 이제는 지나간 사건이다”며 "입장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문건에 따르면, A씨는 “김 사장이 취임한 이래 가장 시급한 순위로 보도·시사 분야 인적쇄신, 노영방송 주도 노조 와해, VIP 관심사인 <PD수첩> 때려잡기 등에 몰두해왔는데, 이제 여력이 생겨 종북성향 진행자·연예인 척결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노조가 김미화 축출 시 형평성 원칙을 제기하며 김흥국을 대표적 사례로 거론했다. 김흥국을 빼지 않으면 추후 퇴출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봤다”며 김씨 퇴출 경위를 밝혔다.

A씨는 “보수 연예인은 김흥국 1명이지만, 축출 대상 종북 방송인은 여러 명”이라며 김씨 퇴출의 의미를 설명했다. A씨는 “결국 김흥국의 희생은 여권에 ‘1 대 4~5’의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고, 국정원 관계자는 이를 문건에 적어 보고했다. MBC가 김씨 퇴출을 정부 비판 성향 연예인 4~5명을 프로그램에서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셈이다.

이후 국정원과 MBC는 김여진·김제동·윤도현씨 등을 쫓아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A씨는 국정원에 “앞으로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고 ‘가장 지능적이고 신속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해 가겠다. 일단 믿고 맡겨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문건에 적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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