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중국 카드'가 반도체 신화를 다시 이뤄낼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9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메모리(3D V낸드)'의 양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번 시안 공장 완공으로 삼성전자는 한국과 중국에서 3D V낸드를 제조할 수 있는 듀얼 생산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이를 통해 생산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전세계 낸드플래시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더욱 효율적인 구조를 갖추게 됐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3D V낸드 매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2010년 달성했던 반도체 영업이익 10조원의 기록을 올해 다시 한번 이뤄낼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전체 낸드 시장에서 3D V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0.4%에서 올해 5.2%, 2015년 30.2%, 2016년 49.8%, 2017년 65.2%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5년 후에는 낸드플래시 3개 중 2개는 3D V낸드로 교체된다는 얘기다.

백지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는 지난달 29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3D V낸드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며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볼 때 V낸드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생산량 증가폭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초기 생산량이 300㎜ 웨이퍼 기준 월 7만장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도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선전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성수기에 진입하는 2분기부터는 D램 수급의 안정적 흐름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급성장, 3D V 낸드의 본격적인 매출 확대 등에 힘입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의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 6조5000억원에서 올해 9조5000억원대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중 D램이 2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낸드는 소폭 상승 또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금은 삼성전자가 3D V낸드 시장을 새로 개척하는 단계로 기존 2D 낸드의 기술적 한계 등을 감안하면 3D V낸드로 가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초기 단계이기에 채산성이 떨어지는 24층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하반기에 32층 양산을 시작하면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과 함께 원가경쟁력까지 갖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3D V낸드는 기존의 '수평구조 2차원 셀 제조방식'을 '수직구조 3차원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쉽게 말해 단층 주택지역을 아파트 단지로 개발해 가구 수를 늘린 것과 같은 원리로 볼 수 있다.

기존 2차원 낸드플래시는 미세화하는 과정에서 셀 간 간격이 좁아지고 전자가 누설되는 '간섭 현상'이 발생하는 미세공정의 한계로 고용량 낸드플래시 구현이 어려웠다. 이에 3D V낸드가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3D V낸드를 양산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한편 삼성전자가 3D V 낸드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다른 메모리 업체들도 제품 상용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는 올 연말 3D낸드플래시 양산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2분기 중 고객사에 제공할 샘플 3D 낸드 개발을 완료하고 연말에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 도시바와 미국 마이크론 등도 V 낸드 개발에 착수했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 준공은 V 낸드 시대의 본격 개막을 의미한다"며 "V 낸드는 기존 2D 평면 낸드의 공정 난이도 증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향후 낸드 업체들은 미세화공정 보다 V 낸드 단수 증가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향후 V 낸드의 원가 개선속도가 2D 평면 낸드를 대폭 웃돌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2012년 9월 기공식 이후 약 20개월 간의 공사기간을 걸쳐 완성됐다. 총 114만496㎡(약 34만5000평)의 부지에 연면적 23만1405㎡(약 7만평) 규모로 건설됐으며, 10나노급 낸드플래시(V-NAND) 메모리를 생산한다. 연말까지 후공정(반도체 테스트 및 패키징) 라인까지 완공해 완벽한 일관생산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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