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청와대 관계자 16명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탄탄대로를 걸어오다 하루아침에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진 '수퍼 범털'들은 처음엔 억울함과 반발, 분노에 휩싸인 모습이다. 상당수는 정신적 충격으로 불면증과 노이로제, 우울증에 시달린다.

16일 교정관계자는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심리변화가 오면서 유형이 나뉜다. 현실을 인정하고 명상과 기도 등으로 마음을 달래는 부류와 여전히 극심한 번민에 휩싸여 건강을 해치는 이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구치소로 간 모양새'라고 비유했다. 인원 구성이나 신분도 대통령부터 말단 경호관까지 다양하다. 이쯤 되면 국정 컨트롤타워는 고사하고 조폭과 유사한 범죄단체(범단)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독방에 있으면서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은 구치소 내 병원에서도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구속돼 9개월째 구치소 생활을 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최근엔 뉴스, 신문 등은 일체 보지 않고 변호인 측이 가져다준 책을 읽으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급으로는 김기춘·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소위 '범털 집합소'인 서울구치소에 있다.

차관급인 수석비서관 중에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으로 5명이 구속됐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다.

▲ SNS 캡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화이트리스트’ 의혹이 새롭게 불거졌고 국정원에서 매월 500만원씩 총 5000만원가량의 특활비를 받아 썼다는 혐의도 새롭게 드러나 재구속 가능성이 점쳐진다.

1급 비서관 중에서도 5명이 구속됐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그리고 정관주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다.

비서관보다 아래 행정관·경호관 중에선 2명이 구속됐다.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과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이다. 이영선의 경우 항소심에서 다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으며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이 형량이 그대로 확정됐다.

비록 구속은 면했으나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CJ그룹에 이미경 부회장의 2선 퇴진을 압박한 강요미수 혐의로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현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인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청와대가 몰래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국정원으로 하여금 대납토록 한 혐의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조만간 그를 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깊이 관여한 혐의로 박영수 특검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으나 집행유예가 선고돼 구속은 면했다. 그는 최근 교수로 재직해 온 숙명여대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렇게 무더기로 구속되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현실에 법조인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날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꿈의 직장’이 실은 교도소 담장 위처럼 위험한 곳임을 새삼 여실히 보여줬다”며 “문재인정부는 물론 다음 정권 청와대 근무자들이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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