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봉투가 오면 받으라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51)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돈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이같이 책임을 떠넘겼다.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 측 변호인들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두 비서관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1차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비서관 측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국정원이 청와대에 지원하는 자금을 받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뿐"이라며 "자금이 어떤 경위로 지원되는지 몰랐고, 특활비인 줄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딱딱한 박스가 있었기 때문에 봉투 안에 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처음 전달 받았을 땐 봉투를 열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몇 해에 걸쳐 특활비를 전달했는데 전혀 몰랐던 것이냐"고 묻자 "두 번째로 국정원에서 봉투가 왔을 때 대통령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때 대통령이 특수활동비처럼 관리하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때 전달받고 돌아와 봉투를 열어보고 나서 돈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전 비서관 측도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돈을 보낸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고손실죄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돈이 흘러가도록 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동가공의사나 실행행위의 분담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대통령과 공동정범으로 다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헌수(64)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135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돈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뇌물로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이 전 실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정원 특활비 총 33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 전 비서관은 이 중 27억원 전달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이 전 실장에게서 135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비서관 등의 2차 공판은 다음달 9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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